우크라 "北포로 이송, 한국과 비공개 합의 없었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군 포로 2명이 최근 국내에 입국한 사실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에선 “한국과 포로 이송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의 실명 반박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북한군 포로 이송 논란이 한국·우크라이나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한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권의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反) 젤렌스키 진영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젤렌스키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수스필네, 디로바스톨리차 등에 따르면,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통담당보좌관은 소셜미디어에서 “그런(비공개) 합의는 없었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포로가 어디로 가는지 숨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리트빈의 언급은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의 언론 보좌관인 옥사나 토로프가 “양국 간의 합의와 비밀 유지 약속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이 대통령의 ‘비공개 합의 위반’ 언급을 직접 인용한 게시물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리트빈의 답글에 토로프는 “내가 알기론 그런(비공개) 협상이 있었다”며 “포로 협상은 전쟁 중 한국과의 협력에 관한 훨씬 더 큰 협상 과정의 일부였고,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리트빈은 “침묵(비공개)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재차 반박했다.

발레리 잘루즈니는 현재 우크라이나 차기 대선 주자로, 젤렌스키와 경쟁하는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그의 언론 참모가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젤렌스키의 포로 이송 공개 사실을 “화려한 쇼, 과장된 홍보”라고 비판한 것은 이번 논란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에 따르면, 리트빈은 대통령실 외신 채팅방에서 한국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개방된 나라”라며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RBC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를 숨기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으며, 포로와 관련한 문제라면 절대 숨기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포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자국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키이우와 서울 간 논쟁은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비밀 유지 합의를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시작됐다”며 “한국 대통령은 정보 공개를 ‘잔인하고 무책임한 행위’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판단으로는 모든 것을 완전히 비밀에 부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에선 이번 논란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자는 양해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우크라이나의 발언은 ‘비공개하기로 한 구속력 있는 협약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읽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이 ‘비공개 희망’ 의사를 전달했고, 우크라이나가 그 의사를 청취한 단계에서 ‘조용한 처리’에 대한 양국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