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속도전 올인한 日… "우크라 15번 찾아가 현지 업체까지 인수"
日 '테라드론' 대표 인터뷰
일본 정부가 방위 드론 확보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육상자위대 최초의 공격 드론으로 호주산 ‘드론40’을 도입한데 이어 지난 8월 말 해상자위대 첫 요격 드론으로 일본산 ‘테라B1’을 선정해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이어 육상용 요격드론, 중대형 공격 드론 등 다양한 무인기 확보를 위해 해마다 수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드론 중심의 새로운 전쟁 방식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속도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가 가장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 바로 방위장비청의 ‘요격드론 조기획득 프로젝트’다. 방위장비청은 입찰 공고를 낸지 3개월만에 업체 선정까지 끝내면서 스스로 “지금까지 없던 속도였다”고 자부했다. 화제가 된 건 속도만이 아니었다. 독일·미국 등 유력 드론 업체들을 제치고 일본 스타트업 ‘테라드론’이 선정됐다. 테라드론은 설립된지 10년 된 산업용 드론 업체로, 방위산업에 뛰어든 건 1년 전이다.
한국 방산업계가 드론 자체 개발에 주력하는 반면, 테라드론은 우크라이나 실제 전장에서 입증된 우크라이나 드론 업체를 인수해 공동 개발했다. 그 배경에는 지난 1년여간 우크라이나를 15번 방문한 도쿠시게 도루(56) 테라드론 대표의 집념이 있다. 그는 가는 데만 30시간 이상 걸리는 우크라이나를 한달 한번 이상 찾아 드론 업체들과 신뢰를 쌓은 덕분에, 드론 업체 2곳을 인수할 수 있었다. 지난 2일 도쿄 시부야 테라드론 본사에서 만난 도쿠시게 대표는 질문을 받자마자 러시아가 쓰고 있는 이란제 공격 드론 샤헤드(러시아명 게란-2) 영상부터 보여줬다. 3.5m 길이의 기체가 건물에 부딪혀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일본이 드론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은.
“‘드론’ 하면 작은 걸 떠올리지만, 샤헤드는 폭탄을 50㎏ 싣고 2000㎞를 날아온다. 사실상 미사일과 같다. 한번에 8대씩 오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엔 한달에 8000대가 날아왔다. 2000㎞면 일본으로 치면 중국·북한 어디서든 날아올 수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은 그동안 드론과 큰 상관이 없다 생각했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서 요격 드론이 중요한가.
“샤헤드는 대당 가격이 약 500만엔(약 4300만원) 정도다. 이걸 격추하려면 한대당 1억~2억엔 하는 미사일을 써야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선 약 40만엔짜리 요격 드론으로 격추한다.”
-테라B1은 어떻게 개발했나.
“우크라이나 업체 ‘어매이징 드론즈’ 지분 50%를 인수했다. 샤헤드 속도가 시속 200㎞인데, 우리 드론은 300㎞다. 700g의 폭탄도 실을 수 있다. 원래 제품은 수동 조작이었는데, 테라B1은 카메라를 통해 스스로 적 드론을 인식하는 AI 기능을 적용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은 어느 정도인가?
“‘컴뱃 프루븐(combat-proven)’, 실제 전장에서 입증됐단 뜻이다. 실전 속에서 진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적이 계속 공격해 오니까 눈앞의 목표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가 4년간 전쟁을 버틴 비결은 단언컨대 드론이다.”
-회사는 어떻게 인수했나.
“출자를 하려면 몇 번이고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장도 절대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같이 술을 자주 마셨다. 그런 걸 안하면 좀처럼 결정까지 갈 수 없다. 한 건이 성사되려면 네 번 정도는 가야 한다.”
-드론 공장은 어땠나.
“그냥 작은 사무실 같은 느낌이다. 공장처럼 눈에 띄면 샤헤드의 표적이 된다. 우크라이나엔 드론 회사가 약 1000개 있고, 나는 20~30곳을 가봤는데, 모든 공장이 소규모 형태로 숨어 있었다.”
-일본 공장도 그런 식으로 할 생각인가.
“중요한 것은 분산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은 아파트나 사무실이라도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러시아가 돈으로 위치를 알아내는 공작도 한다. 유명한 회사는 반년 정도 지나면 위치가 알려져 버린다고 한다.”
-테라B1 생산 계획은?
“정부 계획은 미정이다. 보통 5000~1만대는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생산시설에선 월 1000대를 만들고 있으니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유사시라면 100만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품은 어디서 만드나.
“공급망이 큰 과제다.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중국산 부품을 쓰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도, 우크라이나에도 부품을 주는 독특한 나라다. 하지만 일본은 그럴 수 없으니 대만 업체들을 활용할 예정이다. 그래서 테라B1의 가격은 우크라이나보다 비싼 300만엔 정도다. 하지만 대만 유사시엔 공급이 끊기므로 국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드론 정책, 기술은 어떻게 평가하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병사들이 러시아 전장에 가 있다는 거다. 실전에서 드론 노하우를 습득하는 건 굉장히 큰 위협이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육지 국경이 접해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처럼 드론이 수없이 날아와 접근이 어려워지는 ‘킬 존’이 형성될 수 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