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들여 영입한 제미나이 핵심 개발자가 오픈AI로"… AI 기업 인재 쟁탈전 격화

'정상급 AI 엔지니어' 샤지어 구글 부사장, 오픈AI 합류
'오픈AI 공동창업자' 카르파티는 앤트로픽으로
핵심 연구자뿐 아니라 사업 인력 확보도 주력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인재 영입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구글의 제미나이 개발을 이끌어온 핵심 인물과 함께 백악관 출신 AI 고문까지 영입했다. 생성형 AI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기술 고도화를 위한 최상위 연구자와 함께 사업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일러스트=챗GPT

19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노엄 샤지어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엑스(X)를 통해 오픈AI 합류 사실을 밝혔다. 그는 “오픈AI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뛰어난 팀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했다. 샤지어는 오픈AI에서 AI 모델 설계와 관련한 핵심 연구를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샤지어는 2017년 구글이 발표한 논문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 저자다. 이 논문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근간으로 꼽히는 트랜스포머 기술을 설명한 연구로, 오늘날 생성형 AI 모델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 이에 AI 업계에서 샤지어는 최고 수준의 연구자로 평가된다.

샤지어는 2000년 구글에 합류해 검색 엔진 개발에 기여했지만, 생성형 AI 제품 출시가 더디다고 판단해 2021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AI를 창업했다. 다만 구글은 2024년 캐릭터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샤지어를 다시 영입했다. 당시 구글이 지급한 금액은 27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했다. 형식상으로는 캐릭터AI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샤지어를 복귀시키기 위한 인재 영입 계약으로 해석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끈 AI 업계 핵심 인재인 안드레이 카르파티를 영입했다. 카르파티는 앤트로픽 합류 사실을 밝히며, 향후 몇 년을 LLM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앤트로픽에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앤트로픽에서 클로드의 기반 학습을 담당하는 ‘프리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영입을 글로벌 AI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메타, xAI 등이 차세대 AI 모델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대규모 모델 학습과 서비스 상용화 경험을 갖춘 핵심 인재는 희소한 자원으로 꼽힌다. 이들의 합류 여부가 제품 경쟁력과 기업 가치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수조원을 투입하면서까지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상위 연구자뿐 아니라 시장 확대를 위한 사업·영업 인력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백악관 출신 AI 정책 전문가인 딘 볼 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AI·신흥기술 수석 정책 고문을 영입했다. 볼은 다음 달 6일부터 오픈AI의 신설 조직인 ‘전략 미래’ 팀을 이끌며 AI 정책과 사내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학자 출신인 볼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AI 액션 플랜’ 수립에 참여했으며, 최근까지 싱크탱크인 미국혁신재단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외신들은 오픈AI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국 정부 정책과 규제 환경에 정통한 인물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올해 들어서만 세일즈포스 출신 인력 약 100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6개월간 세일즈포스 직원 45명을 채용했으며, 오픈AI 역시 영업, 마케팅 및 시장 진출 분야를 중심으로 40여명을 영입했다. AI 기업들이 세일즈포스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이 포천 500대 기업과 구축한 광범위한 고객 네트워크와 기업 영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의 경쟁 축이 모델 개발과 함께 사업 경쟁력으로도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최상위 연구진 확보만이 우선 과제였다면, 이제는 기업 고객 확보와 시장 확대, 규제 대응, IPO 준비 등을 이끌 수 있는 사업·정책 인력까지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AI 기업들의 경쟁이 기술력뿐 아니라 수익화 역량을 겨루는 국면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