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좀 말려줘" 中 밀착하는 빈살만… 美·사우디 동맹 '흔들'

[美∙이란 전쟁]
중동 안보 핵심 축도 '위태'

3줄 요약
미국 후티 공격 거부로 중국에 도움 요청
미국 사우디 달래려 F-35 전투기 판매 승인
미 정보당국의 F-35 중국 기술 유출 우려
시진핑(왼쪽) 중국 주석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1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회동했을 때 모습. 당시 빈살만이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단계로 격상하면서, 미국 등 서방 세계 우려가 집중됐었다. /AFP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주석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1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회동했을 때 모습. 당시 빈살만이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단계로 격상하면서, 미국 등 서방 세계 우려가 집중됐었다. /AFP 연합뉴스

최근 예멘의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공세로 에너지 수송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물론, 본토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후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이란을 움직여 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으로, 중동 지역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양국 관계가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中에 개입 요청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과 핵심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급격히 세력을 넓히고 드론·미사일을 동원해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타격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자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을 통해 후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이란을 움직여 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요청을 받은 중국은 비공개 통로를 통해 이란 측에 ‘후티를 자제시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은 10년 이상 이란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을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기준 이란의 해상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중국이 사들였다. 이란 경제의 생명줄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전투기 격추” -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 전투원들이 예멘에서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F-15 전투기 잔해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사우디 전투기 격추” -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 전투원들이 예멘에서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F-15 전투기 잔해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이란은 중국의 ‘후티 자제’ 막후 요청에 “역내 안정과 평화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끝내는 데 달려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역내 긴장이 예멘과 홍해로 더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가 중국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미국이 사우디의 도움 요청을 거부한 영향이 크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군사 자산을 대규모로 소모했고 중동 미군 기지들도 상당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사우디·후티 충돌에 추가로 개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우디가 중동 원유 최대 수입 ‘고객’인 중국에 눈을 돌리면서, 중동 안보의 핵심 축이었던 미국·사우디 동맹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우디와 손을 잡은 측면이 강하다. 이란과 후티가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각각 봉쇄한 상황은 중국의 장기적 에너지 안보를 침해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두 해협을 주요 원유 수송로로 이용하고 있다. 워싱턴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이란 프로그램 국장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킬 수는 있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런 지렛대가 오히려 자신들이 의존하는 강대국(중국)에 피해를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 절반은 중동에서 나오고,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간 무역 규모는 연간 3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공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후티 전투원들이 예멘에서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F-15 전투기 잔해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공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후티 전투원들이 예멘에서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F-15 전투기 잔해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美 내부 “사우디와 중국 유착” 경고음

미국은 이날 사우디에 243억달러(약 33조원) 규모의 최첨단 F-35 전투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는 지난해 빈살만이 방미해 트럼프와 만나 합의한 1420억달러 규모 방산 협력 패키지의 일환이다. 다만 F-35 판매는 미 의회 검토 등을 거쳐 실제 실현되는 데 수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정치적 제스처라는 평가가 상당하다. 미 정보 당국은 F-35를 사우디에 판매하면 중국에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사우디 기지 접근권과 사우디의 통신 인프라 내 중국 기술 사용 문제를 다루면서 미국과 사우디가 F-35 기술 보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고 전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라자 크리슈나무르티(민주) 의원은 “판매가 허용될 경우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수십 년간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식재산권과 기술을 탈취해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에선 사우디와 중국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최근 사우디는 후티에 중국산 둥펑(DF)-15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사우디는 중국산 무기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중국 역시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한 적 없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미국의 군사 원조 거부에 ‘항의 시위’를 하는 차원에서 둥펑 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사우디는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구매하고 있고 중국군은 사우디측이 탄도미사일을 제조하고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칼리드 알자베르 중동글로벌문제협의회 집행이사는 알자지라에 “중국이 중동 지역에 무역·인프라·기술·투자를 지렛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은 걸프 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