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도 협상도 힘들다… 이란전 '노 윈 딜레마' 빠진 트럼프
교착 상태 끝낼 카드 마땅찮아
휴전 파기 후 2주 가까이 이어지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사흘째 중단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휴전을 할 수도, 공습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전쟁 개시 후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100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미시간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만나기를 원했고 우리는 만나고 있다”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대리인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도 회담을 요청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시간주 연설에서도 “현재 매우 우호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결렬될 경우에 대해선 “우리는 이틀 전까지 하던 일을 다시 하면 된다”며 공습 재개 방침을 밝혔다. 별도 인터뷰에서도 “매우 강력한 군사 행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휴전을 기대하지만 판이 깨지면 다시 때린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물밑 대화 사실을 부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체계와 관련해 오만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뿐, 미국과는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공유하는 오만과의 대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트럼프가 언급한 미국과의 접촉은 없다는 것이다. 공습 중지 상황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승리’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CNN은 이날 “이란 문제의 갈림길마다 트럼프의 선택지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며 “아무도 이기지 못해 승자가 없는 ‘노윈(no-win)’ 상황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공습을 재개하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공격과 중동 내 미군 기지 보복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전쟁 발발 후 미군 18명이 전사하고, 375억달러(약 55조5000억원)의 전쟁 비용이 투입됐다는 점도 선뜻 공습 재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협상으로 확실히 방향을 튼다고 해도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충돌을 끝내려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함께 최대 쟁점인 이란의 핵물질 관련 협상도 벌여야 한다. ‘이란의 핵보유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해온 트럼프이기에 협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핵심 지지층부터 ‘이럴 거면 왜 이란을 공습했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이런 딜레마에 놓인 상황에서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을 겨냥한 이란의 집중 타격이 이어지고 있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 단체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에 나서며 전선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것도 트럼프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한편 이날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로, 전쟁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69%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전쟁 피로감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동요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연쇄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별개로 진행돼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은 최근 전선이 얽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5일 카스피해에서 이란에서 출발해 러시아로 항해하던 군수물자 수송 선박을 타격한 것이다.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선원 1명이 숨졌다며 강력 반발했고, 젤렌스키는 “이란은 북한과 함께 이미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러시아가 이란제 샤헤즈 드론을 반입해 자국을 공습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며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