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수리 위해 美 보낸 F-35기 부품... 중국 손에 들어갔다
F-35의 스텔스 기능에 매우 중요한 저(低)피탐 조종석 캐노피와 무장창 도어
미 운송업체 UPS가 5월 말 맡았는데, 한국에서 홍콩으로 보내져
중국의 치밀한 작전이었는지, 단순 배달사고인지도 몰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월 말 호주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F-35 전투기의 조종석 캐노피(canopy)와 무장창(武裝艙) 도어가 중국 정부의 손에 들어갔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주일 전인 19일, “호주 공군이 운용하는 F-35의 저피탐(低被探) 스텔스 능력과 관련해 중요한 두 부품이 지난 여름 수리를 위해 제조사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 사로 보내졌으나, 운송 도중 홍콩으로 보내졌다”고 처음 보도했었다. F-35 캐노피의 레이더 흡수재는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저하돼 수리나 교체가 필요하다.
F-35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중국 정보기관들의 주요 표적이었다. 중국이 F-35 캐노피를 확보하게 되면, 자국의 첨단 전투기 전력에 레이더 저항 설계를 모방할 수 있다.
F-35는 호주와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국 19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호주는 72대를 운용하며, F-35의 예비부품을 다른 7개국과 공유한다.
이와 관련,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실종된 부품들이 민감하지 않다(not sensitive)”고 말했지만, F-35 기종의 구형(舊型) 캐노피의 레이더 반사 신호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금 필름(gold film)도 기밀로 취급된다.
폴리티코 첫 보도 당시에, 미 국방부는 “사용불가능한(unserviceable) F-35 라이트닝 Ⅱ 부품의 운송 문제를 인지해 회수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부품은 호주 공군의 F-35A에서 분리된 것으로 5월 말 미국 물류업체 UPS를 통해서 호주에서 미국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점검을 받고 수리 또는 폐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매우 이례적으로, 국제 물류망을 따라 이동하던 F-35 부품이 한국을 거친 뒤 홍콩으로 향했고, 이후 중국 당국이 부품을 확보한 뒤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의 취재원들은 말했다.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보안상 위험’을 다소 축소했으나, 미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습득한 F-35의 캐노피와 무장창 도어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F-35 부품이 극비이거나, 기체 설계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캐노피와 무장창 도어는 스텔스 설계 안에서 구조, 재료, 접합부, 설계와 실제 제조 간의 공차(tolerances), 표면 처리가 모두 함께 작동하는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레이더 흡수재나 다른 특수 표면 처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기술적 분석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 두 부품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코팅이나 특수 처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중국이 이미 분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모두 제쳐두더라도, 중국이 실제 F-35의 캐노피와 무장창 도어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민감한 물리적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중대한 사건이다.
캐노피는 스텔스 전투기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품 가운데 하나다. 전투기가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레이더 반사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종석과 조종사의 헬멧은 모두 레이더 반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캐노피의 재료와 구조, 접합부, 특수 처리 방식은 특히 정면 스텔스 성능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실 F-35 캐노피는 도료 박리(剝離)가 반복돼, 20년에 걸친 개선 끝에 최근에야 투명성과 스텔스 성능, 내구성이 크게 향상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따라서 중국이 확보한 캐노피가 신형이라면, 중국의 스텔스 캐노피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체 외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무장창 도어도 레이더 신호를 증가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레이더흡수물질(RAM) 코팅이 남아 있었다면,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RAM 기술은 미국이 극도의 보안을 지켜온 재료공학 기술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F-35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사이버 공격, 공급망 접근, 기술정보 획득, 미 전문기술인력 활용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중국에 대한 이런 우려 탓에, 미국은 F-35를 판매하는 국가들을 선정할 때도 매우 고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UAE에 50대 판매를 승인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UAE와 중국 화웨이와의 협력 강화로 인해 중국 통신 인프라와 중국 군ㆍ정보기관이 이 기체와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실상 철회했고, UAE도 포기했다.
트럼프 2기의 국방부도 지난 17일 사우디에 F-35A 48대 판매를 잠정 승인했지만, 이 또한 의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미 정보기관들은 이미 중국과 사우디의 군사·기술 관계가 F-35 정보 유출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지금으로선 한국 우회→홍콩 도착이 중국 정보기관이 계획된 작전이었는지, 단순한 운송 실수였는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당국이 이 F-35 부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