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홍해 이어 카스피해까지… 이란戰, '유라시아 대륙전' 확산 우려
호르무즈·홍해·카스피해 덮친 '3면 해상전'
우크라이나·중동발 복합 위기
3대 해상 보급로 연쇄 타격
이란전쟁 전선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넘어 이란 북쪽 카스피해까지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25일 카스피해에서 이란과 연관된 군수화물 운송 선박과 러시아 군함을 장거리 타격해 이란 국적 상선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무대응으로 넘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교전을 멈춘 국면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카타르와 이집트, 파키스탄 등 중재국은 이란과 미국 양측에 10일간 교전을 멈추고 6월 체결한 양해각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6일 공습 계획을 멈추고, 이란에 협상할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멈춘 가운데, 이번 카스피해 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잇는 새로운 전선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공격을 “적대적이고 범죄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이날 주이란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란 관영 IRNA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측 공격은 유엔 헌장 2조 4항 위반”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넓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잇따라 통화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EU에 단호한 대응을 요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이번 공격을 “무대응으로 넘길 수 없다(cannot go unanswered)”고 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본인 엑스(X) 계정에서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사주로 자행된 명백한 유엔 헌장 위반”이라며 “유럽을 자신들의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을 지휘했거나 정보를 제공했다는 확증은 제시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카스피해 장거리 공격으로 “매우 강력한 성과”를 거뒀다고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그는 “이란과 연관된 군수화물 운송 선박과 군함”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피해 선박이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한에서 출항해 이란으로 향하는 중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사망한 이란 선원에 조의를 표했지만, 이 선박이 실제 러시아에서 군수품을 실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은 현재 남쪽 호르무즈 해협과 서쪽 홍해에서 군사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이 해군력을 총동원해 해협 봉쇄를 유지하는 중이다. 홍해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 운항을 흔들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공격했다. 여기에 이번 공습 이후 이란은 북쪽 카스피해에서도 군사적 대응 방안을 고려할 처지에 놓였다. 알자지라는 26일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은 남부 연안과 호르무즈해협, 오만해, 인도양에서 이미 교전을 겪고 있다”며 “교역 측면에서 카스피해마저 이란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크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카스피해는 세계 최대 내륙 호수로 꼽힌다. 이란은 이 수역을 러시아 아스트라한·마하치칼라 항구와 이란 북부 항구를 잇는 두 나라 군수·교역 통로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스피해를 이란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가장 안전한 해상로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이란 연계 선박이 이곳에서 공격받으면 이란은 에너지 수출과 군수 보급을 함께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알자지라는 전문가를 인용해 카스피해 교역로까지 공격받으면 이란이 전쟁을 유지할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을 들어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이란 지도부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이란이 러시아에 사헤드 드론을 공급하기 시작한 2022년부터 급격히 틀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란이 설계한 드론을 개량해 수만 대를 자국 도시에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니아군은 2022년 이후 격추한 이란 설계 드론이 4만4000대가 넘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에 대드론 기술과 경험도 제공해 이란 심기를 건드렸다. 현재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이번 이란전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를 초빙해 방어책을 세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 정보를 제공 중”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이달 들어 러시아 위성이 걸프 국가와 인근 미군 시설을 감시했고 그 영상을 이란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이란 측 보복 공격이 거세진 지난 19일부터 20일 사이에는 러시아 위성이 바레인 2곳과 요르단·쿠웨이트 각 1곳의 공군기지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 정보를 협력국과 공유하겠다고 하면서도, 뒷받침하는 독립 검증 자료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란 외무부는 이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본토를 공격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내 논평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는 이란이 보유한 여러 미사일·드론 사정권에 들어간다. 에스마일 바게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확전을 막기 위한 중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