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해상 드론, 흑해서 러 드론 격침… 드론 간 '첫 해전'

포착 후 12.7㎜ 구경 원격 조종 기관총으로 갈겨
프랑스 해군 전문 매체 "격침된 러시아 드론은 자폭 드론으로 주로 쓰여"

우크라이나 해군은 13일, 자국의 무인 수상정(USV) 한 척이 흑해에서 러시아 해상 드론을 격침했으며, “이는 드론 보트라고도 불리는 이 무기가 같은 종류의 무기를 파괴한 첫 사례로 사상 최초의 해상 드론(무인 수상정) 간 해전”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이날 소셜미디어 X와 텔레그램에 자국의 해상드론 ‘사르간(Sargan)-3000’에 장착된 12.7㎜ 구경의 중(重)기관총이 러시아군 해상 드론에 총격을 가해 침몰시키는 동영상은 공개했으나, 흑해 내 구체적인 장소,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격침된 러시아군 해상 드론은 개량형 오르칸(Orcan) 계열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오르칸 드론은 폭발물을 적재하고 우크라이나 항구와 해군 함정을 공격하는 데 전형적으로 쓰이는 드론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해군ㆍ방산(防産) 전문 매체인 네이벌 뉴스(Naval News)는 “교전 장소는 오데사와 크림반도 사이의 흑해 북서부 해역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격침된 러시아 오르칸 드론에는 총돌 시 폭발하는 폭약이 장착돼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교전은 우크라이나가 전투용 해상 드론을 운용하는 방식에서 또 한 번 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동안 폭탄을 적재한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러시아 군함들을 격침하면서 러시아는 자국이 점령한 크림 반도의 해군 함정들을 모두 후방의 러시아 본토 기지로 철수해야 했다. 그러나 해상 드론이 적의 해상 드론을 격침한 사례는 아직 없었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텔레그램에 “국방정보총국(GUR) 부대가 타깃을 발견했고, 원격 무장체계(RWS)인 프로텍터 12.7㎜ 기관총을 장착한 우크라이나 해군의 ‘사르간-3000’ 무인정이 이를 성공적으로 격파했다. 이는 역사상 무인정끼리 벌어진 첫 해전”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이 공개한 81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사르간-3000에 탑재된 카메라 화면에 러시아군 해상 드론이 포착된다.

이어 ‘사르간-3000’의 또 다른 카메라가 이 드론에 장착된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Kongsberg)가 만든 원격 무장체계인 ‘프로텍터’ 중(重)기관총의 사격 장면을 담은 근접 화면으로 전환된다.

약 34초 지점에선 유인기인지 드론인지 알 수 없는 공중 플랫폼에서 찍은 확면으로 바뀐다. 이후 사르간-3000은 러시아 해상 드론을 계속 사격했고, 이 러시아 드론은 선체 파편이 튀기 시작하고 결국 선미부터 가라앉았다.

‘사르간’은 우크라이나어로 ‘바늘고기(needle fish)’라는 뜻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처음 공개했다. 원래는 자폭(自爆)용 드론으로 개발됐지만, 이후 원격 무장 공격이 가능한 다목적 해상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길이 6.9m, 폭 2.2m 크기에, 작전 반경은 최대 1600㎞에 달한다. 탑재 중량은 450kg, 추정 속도는 시속 40~55노트(약 74~102㎞).

우크라이나 해군이 드론 간의 첫 해상 전투에서 러시아군 드론을 격침했다고 밝힌 사르간-3000 무인 수상정./X
우크라이나 해군이 드론 간의 첫 해상 전투에서 러시아군 드론을 격침했다고 밝힌 사르간-3000 무인 수상정./X

러시아의 군사전문매체인 아말뉴스(AmalNews)는 사르간-3000이 “레이더 반사 신호를 줄이도록 설계됐고, 독특한 유체역학적 형상의 낮은 선체와 워터제트 추진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사르간-3000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장 인식 시스템인 ‘델타’와 연결돼, 작전 중에 표적 정보와 영상, 원격측정(telemetry)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드론 운용자에게 전송한다.

또 서방의 민간 위성네트워크와 나토(NATO) 군사위성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으며, GPS 교란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자율 관성ㆍ광학ㆍ항법 시스템을 갖췄다.

네이벌 뉴스, 미 군사매체 TWZ 등은 “세계 최초의 해상 드론 결투”로 이 사건을 평가했다. TWZ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 나라의 무기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른 점을 고려하면, 무장 해상 드론끼리 정면에서 맞붙는 전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