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개방 임박? 결국은 美가 이란에 '해협 통제권' 주느냐에 달려

미 언론 "이란ㆍ오만 항로 합의 초안은 사실상 이란에 '해협 통제권' 부여해"
이란은 '서비스료' 받는 '말라카 해협' 모델 주장하지만
말라카 모델은 해상 안전 위한 '자발적' 기부…연안국들에 '통과 허가권' 없어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이란 통제권 없다" "어떠한 통항료도 없다" 주장

이란과 오만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항로 합의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5일 에스마일 바게리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두 나라는 양국 공동 성명을 최종 검토, 작성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선박이 해협 진입 시에는 이란과 협력해 이란 쪽 항로를, 해협을 빠져나갈 때에는 오만과 협력해 오만 쪽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하고, 항로의 좌표에도 합의했다. 또 이 합의는 발효 후 60일간 한시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 형성된 국제 해협에서 지금까지 국제법규였던 ‘선박의 자유 통항권’을 무시하고, 처음으로 이란 강경 군부가 원하는 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이란에 주느냐의 문제다. 5일 뉴욕타임스는 호르무즈 해협 진입 시 이란 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이란의 핵심 해역 통제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행료 명목의 비용 지불 문제도 불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두 나라 간 합의는 “통행료, 의무적인 서비스 비용 부과는 금지된다”고 했지만, 협상 관계자들은 “이란이 안보 및 수색·구조 비용 등의 명목으로 ‘자발적 지불’을 받는 것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 측 ‘잠정 합의’가 임박했다는 뉴스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거나 앞으로도 통제하게끔 허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계속 밝혔다.

◇이란에게 ‘해협 통제권’은 미국에 맞설 가장 강력한 ‘핵 옵션’

그러나 이미 이란 강경 군부에게 ‘해협 통제권’은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보다도 더 강력하게 미국의 향후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핵 옵션’이 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매우 강고(强固)하다.

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게 해협 통제는 전쟁 초 미국에 맞서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는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연간 수입이 700억~900억 달러(JP 모건 체이스 추산)에 달할 수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이란 군부에게 ‘해협 통제권 확보’는 막대한 군사적 피해를 입고도 미국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란에 ‘해협 통제권’ 주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해협 재개방’이 임박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이 ‘재개방’이 자신들의 석유 수출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란의 해협 통제권 인정’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즉, 이번 합의가 성사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영구적인 통제권을 주장하고 ▲걸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17일 오만 북부 무산담 반도의 항구 도시 카삽 앞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선박이 정박해 있다. 사진에서 선박들 뒤의 산악 지형이 이란 영토./AFP 연합뉴스
5월 17일 오만 북부 무산담 반도의 항구 도시 카삽 앞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선박이 정박해 있다. 사진에서 선박들 뒤의 산악 지형이 이란 영토./AFP 연합뉴스

이란과 오만 간 협상 내용을 잘 아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이란 측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설정되는 어떠한 ‘임시’ 항로도 이란의 승인(approval), 허가(permission)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다르다. 해상 데이터기업인 윈드워드(Windward)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원하는 선박은 지난 5월부터 이란에 세운 ‘페르시아만해협관리청’에 연락해 선박정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선박 소유주 ▲보험사 ▲승무원 명단 ▲화물 내용 ▲예정 항로가 포함되며, 서류가 ‘승인’되면 비용을 지불하고 ‘허가’가 발급된다. 해운 전문 매체인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 보도에 따르면, 일부 선박들은 한 차례 통과 비용으로 최대 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연구원인 엘런 워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가 사실상 이란에게 해상 교통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만약 걸프 산유국들이 이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항로를 이용하기로 한다면, 이는 암묵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 정권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라카 해협도 서비스료 받는다”는 이란의 억지 주장

이란 외무부의 바게리 대변인은 5일 오만과 두 달 간 진행한 해협 항로 설정에 대한 진전 사항을 발표하면서, 통항료(toll)나 서비스요금(service fee)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 측은 통항료는 없지만 ▲선박 운항으로 인한 환경 영향 관리 ▲화물선ㆍ유조선의 안전 유지 ▲인력 유지 비용 등을 위해 ‘서비스 요금은 합의에 포함되며, 이 수익은 두 나라가 동등하게 배분한다고 줄곧 밝혔다.

이란은 이를 위해 ‘말라카(Malacca) 모델’을 언급한다. 말라카 해협은 중동 석유와 아시아 제조품이 오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해상 교통로로,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900㎞의 좁은 바닷길이다. 인도양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이지만, 가장 좁은 곳은 폭이 2.7㎞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실제로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등대ㆍ항로표지ㆍ해상안전시스템의 유지 교체 비용과 해양 안전 관리를 위한 서비스료를 낸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지불이며, 내지 않아도 선박은 통과한다. 마치 국내 항공사에서도 실시하는, 승객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상쇄 기부금’과도 같다.

한국ㆍ일본ㆍ중국, 중동 국가들과 같은 이용국들이 말라카 해협의 ‘항행원조펀드(ANF)’에 기부하는 금액도 ‘자발적’이다. 또 이 기금은 오직 해상 안전 유지를 위해서 해협 연안국들과 기여국이 공동 관리한다. 2007년 이래 2017년까지 누적 기금액이 2200만 달러(약 320억 원)가량이다.

무엇보다도 연안국인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는 한 번도 배를 멈출 권리를 주장한 적이 없다. 그런 허가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도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Montreux Convention)에 따라, 보스포루스해협ᅳ마르마라해ᅳ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난 선박에 대한 관리비를 받는다. 그러나 통행료는 없다.

이란은 다르다. 이란은 실제로 선박을 멈췄고 공격했고, 앞으로도 멈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이란에게 해협 진입 통제권을 부여하고 ‘서비스료’까지 징수할 수 있는 이란ㆍ오만 간 합의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합의가 무산되고 해협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란도 이를 잘 안다. 바게리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5일 오만과의 협상을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면서도 합의문 발표에 대해선 “제3자가 방해하지 않는 한”이란 단서를 달았다.

결국 호르무즈 재개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종식의 압박감을 느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해협 통제권’과 ‘통항 서비스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는 지난 달 13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미 해군이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으니, 모든 화물에 20%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공동으로 해협 통행료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언급하며, 통행료는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며칠 뒤 취소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그런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