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핵보다 중요"... 이란 안보수장에 '혁명수비대 전설' 초강경파
“이 전략적 해협(호르무즈)은 수십 개의 핵폭탄보다 더 중요하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이를 지켜낼 것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인 모흐센 레자이(72)는 지난달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추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통하는 그가 9일(현지시각) 국가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SNSC는 대통령과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최고위 행정부·군 인사가 참여해 전쟁과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사무총장은 형식상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란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협상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레자이는 이란 군부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7세였던 1981년부터 1997년까지 16년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맡아 역대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출범한 혁명수비대를 현재와 같은 군사·안보 조직으로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94년 아르헨티나 유대인센터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고, 2020년에는 미국 재무부 특별 제재 명단에도 포함됐다.
직전까지 SNSC 사무총장을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는 미국과 종전 협상을 이끌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가까운 인사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독일국제안보연구소(SWP)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교체는 갈리바프의 과도한 영향력을 막으려는 조치일 수 있다”며 “체제 내 강경파가 우위를 점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지지해온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이번 인사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이란은 최근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군 철수와 전쟁 피해 보상, 대이란 제재 해제 등 6개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사실상 미국의 ‘패전 선언’을 요구하는 주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협상파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혁명수비대 출신 강경파가 안보 정책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란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과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9일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해 “우리는 로키(low-key)로 대응하고 있다”며 “부분적으로 협상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새로운 군사 공격 가능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이란의 자금 세탁에 이용된 가상자산거래소 등을 추가 제재하며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추가 전쟁보다는 제재로 이란을 압박한 뒤, 핵 관련 합의 없이도 승전 선언을 하는 식으로 출구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