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페제시키안 "러시아 지원에 감사, 美 제재 무력화"
상하이협력회의에서 정상회담
푸틴 "이란에 경의… 연대할 것"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개최지인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의 대면 회담은 지난 2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뒤 처음이다.
페제시키안은 푸틴에게 “러시아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SCO 같은 틀에서 모든 제재를 무력화하고 다자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푸틴은 미국의 공습을 피해 잠행 중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지지를 표명하며 “러시아는 이란 국민과 연대한다. 여러분의 용기,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 어려운 시기에 이란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페제시키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이란 초강력 경제 제재에 맞서 이란이 권위주의 진영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 건재함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립된 푸틴 역시 이란과의 적극 연대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제시키안은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이란과 인도는 (미국) 제재의 영향을 무력화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 협력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모디는 “항행과 상업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며 “이란과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페제시키안은 미국·이란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단결과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샤리프는 “국제 여론은 대체로 이란을 지지한다”며 화답했다. 시아(이란)와 수니(파키스탄)의 종파를 초월해 범이슬람권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올해로 창설 25주년을 맞은 SCO는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가 주축이었다가 최근 주변의 유라시아·남아시아 국가들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참석 정상들은 이날 채택한 ‘비슈케크 선언’에서 “이란 영토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한다”며 “그러한 행위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비극적인 서거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연대 움직임은 미국이 최근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한다고 밝힌 직후 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까지 미 금융망에서 몰아내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중국이 마련한 다자 외교 무대에서 사실상 미국의 제재 위협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인도·이란의 정상회담은 미국 경제 전쟁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중국 시진핑 주석은 전시·평시 어느 때나 워싱턴의 적대국을 지원할 수 있는 폭넓은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한편 이슬람권의 나토식 집단 군사 협력체인 ‘메카 방위 동맹’을 결성한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은 이날 첫 회의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었다. 세 나라는 지난 7일 사우디 메카에서 공동 방위 조약에 서명했다. 사무국은 수도 리야드에 설치하고 초대 사무총장은 파키스탄에서 내기로 결정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 조약을 통해 우리 지역의 새로운 안보·협력 체계를 시험하는 과정이 시작됐다”며 “동맹은 확장을 위해 세워졌다”고 ‘문호 개방’을 강조했다. 실제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의 합류 전망이 나온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