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군 될 줄 몰랐다"… 오판 인정한 석학의 고백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NYT와 인터뷰

3줄 요약
회고록 출간 앞두고 트럼프 권력욕 오판 인정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자유주의 핵심 제도 공격 지적
자유민주주의 파괴 후 권위주의 빠져듦 우려

“당시에는 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 폭군이 되는 대신 엄청난 부자가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부자가 되는 것만으론 그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31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 오벌오피스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로이터=연합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1992년 출간된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74)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과거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던 트럼프에 대해 내놨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오는 8일 자신의 회고록 ‘마지막 인간의 영역에서(In the Realm of the Last Man)’의 출간을 앞두고 이번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지막 인간’은 위험과 야망 대신 안락함에 안주하는 인물을 의미한다.

냉전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최종의 정치 체제가 될 것이라 주장했던 그는 34년 전 책을 통해 트럼프가 자유로운 시장, 개방 경제에서 자신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썼다. 하지만 오늘날 트럼프처럼 부유한 엘리트가 정치적 권력욕과 결합해 민주주의 자체를 흔들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NYT에 “우리 시대의 ‘마지막 인간’들은 너무 불안한 나머지 모든 것이 썩어 빠졌다고 선동하는 포퓰리스트들에게 넘어가게 됐다”며 “이런 (현대인들의) 모습은 30여 년 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조선일보DB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조선일보DB

후쿠야마 교수는 2023년 펴낸 전작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서 트럼프 등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자유주의를 망가트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선거로 얻은 권력을 법원과 사법체제, 비당파적 국가 관료제, 독립적인 언론,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행정 권력 등 자유주의 핵심 제도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권력을 보장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했다.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등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자유주의가 보장한 경제적 자유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가 전례 없는 불평등을 낳았고 이는 자유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후쿠야마 교수의 주장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져다준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누리다가 이에 싫증이 나면 스스로 파괴하려 들고 다시 권위주의와 전쟁으로 빠져드는 순환적 시스템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가 또 지쳐서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야 하나’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