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이란 '사상 초유' 경제전 선언… 벼랑 끝 이란, 유럽 타격 '맞불' 검토

美, 이란 조력시 달러 결제망 전면 퇴출 선언
무력 대신 달러 패권 앞세워 '자본 시위'
이란 경제 '숨통' 두바이 폐쇄
벼랑 끝 이란, 불가리아·키프로스 정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굴복시킬 수단으로 폭격기 대신 달러 결제망을 앞세웠다. 그는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와 은행, 기업을 모두 제재하겠다며 사상 최강의 경제 작전을 예고했다. 이란은 반대로 전장을 중동 밖으로 넓히겠다며 불가리아와 키프로스처럼 유럽에 있는 미군기지를 거론했다.

셰이크 칼레드 빈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자 겸 아부다비 집행위원장이 2026년 6월 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마르야 섬의 주마 레스토랑에서 회의에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셰이크 칼레드 빈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자 겸 아부다비 집행위원장이 2026년 6월 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마르야 섬의 주마 레스토랑에서 회의에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이란을 상대로 유례없는 ‘경제전과 고립 작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어느 나라를 상대로도 취한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이란에 생명줄을 내주는 나라는 모두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제재는 이란 기업과 원유 거래를 겨냥해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경고는 이란에 통로를 열어준 제3국을 표적으로 한다.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과 기업 모두 미국 시장과 달러 결제망에서 밀어내겠다는 2차(세컨더리) 제재 형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와 기업에 추가 관세나 금융제재를 적용할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 이후부터 이란 항구를 다시 해상에서 봉쇄해 원유 수출과 물자 반입을 함께 막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이란 경제를 겨냥한 새 제한 조치를 예고하는 자리에서 해상봉쇄와 경제 제재를 함께 묶은 ‘원투 펀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 당국자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수단은 더 남아 있다”며 “제재와 봉쇄로 이란 경제는 이미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가 2026년 8월 13일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가 2026년 8월 13일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는 트럼프 대통령 선언 하루 전인 18일 이란과 금융·경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수주 동안 UAE에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자금망을 단속하라고 요구한 직후 나온 조치다. 미국 당국자들은 해상봉쇄보다 UAE를 지나는 돈줄을 끊는 편이 이란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 평가했다.

UAE는 2024년 기준 이란 수입액 30%가 넘는 210억달러(약 29조1000억원)어치를 공급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로 보면 중국을 제치고 이란의 최대 수입 상대국이다. UAE는 직접 만든 물건보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기계와 전자제품, 소비재를 두바이를 거쳐 이란으로 다시 보내는 중개무역을 해왔다.

이란 기업들 역시 그간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본토 대신 UAE 두바이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원유 대금을 챙겼다. 미 재무부는 2024년 미국 은행 환거래 계좌를 검토한 결과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가 이란 측 비밀 금융거래라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62%인 약 55억8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는 UAE 기업들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라고 불리는 제재 대상 원유를 나르는 노후 유조선들도 대다수가 UAE 기업 소유이거나, UAE 기업 관리를 받는다.

맥스 마이즐리시 전 미국 제재 담당 당국자는 두바이를 불법 자금 흐름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인 그는 19일 WSJ에 “UAE가 직접 이란과 거래를 막는 조치는 치명적”이라고 했다. 다만 UAE 정부가 공식 은행과 주요 항만은 막아도 7개 토후국의 자유무역지대와 소형 선박까지 감시하기는 어렵다는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맞서 이란군은 유럽에 있는 미군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복수의 이란 체제 관계자를 인용해 남동유럽 불가리아의 미군 기지가 이란군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가리아는 지난달 미군 공중급유기에 자국 베즈메르 공군기지를 열어줬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이란 영토를 공격하는 데 쓰인 기지는 모두 정당한 표적(legitimate target)으로 간주하겠다”는 공개 경고를 내놨다. 이란군은 이 연장선에서 지난 3월 드론으로 공격을 당한 바 있는 키프로스의 영국군 기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해저 광케이블를 끊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가리아는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이란이 이 나라 영토를 공격하면 나토 조약에 따른 집단방위 문제가 곧바로 따라붙는다. 나토 조약은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4조에 따라 협의를 열고, 무력공격으로 인정되면 집단방위 체제를 가동하는 5조를 적용한다. 5조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나머지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원 방식을 정해 실행해야 한다. FT는 “이란 체제 내부에서도 이란이 패를 과하게 쓰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시드하스 카우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유럽을 겨냥한 이란 미사일에 대해 “위험이 실재하지만 제한적(real, but limited)”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남동유럽의 미군 자산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수는 있다고 하면서도 “먼 거리에서는 의미있는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도 같은 날 FT에 “이란이 2000㎞ 넘는 사거리의 무기를 갖췄지만, 미사일이 실패하거나 요격당하면 이란이 무슨 이득을 얻겠느냐”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