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장으로 끌려나온 사형수의 몸이 기둥에 줄로 묶여 고정되고 두 눈이 가려진다. 10명 안팎의 군인이 소총을 들어 총구를 사형수 쪽으로 겨냥한다. 신호가 떨어지자 귀를 찢는 ‘탕’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불꽃이 튄다. 1·2차 세계대전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진 총살형 집행 장면이다.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만 알려졌던 이런 방식의 사형 집행이 미군에서 부활하게 됐다.
미 국방부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 기지에서 총기 난사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 니달 말리크 하산에 대해 ‘총살 분대(firing squad)’를 통해 사형을 집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하산에게 마침내 심판의 날이 왔다”고 밝혔다. 미군 규정은 대통령이 승인한 날로부터 60~150일 사이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방침대로 형이 집행될 경우 미군은 1961년 성폭행범에 대해 교수형을 집행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총살 분대를 통한 미군의 사형 집행은 2차 대전 후 최초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가 승인한 총살 분대를 통한 형 집행은 여러 명의 군인으로 구성된 집행조가 사형수에 일제히 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형 집행 사례가 1917년 미녀 스파이 대명사인 마타 하리 처형이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끄나풀로 포섭돼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프랑스군에 붙잡힌 그는 12명의 총살 분대의 사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방식은 누가 치명적인 총탄을 발사했는지 특정하기 어렵게 해 사형 집행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려는 취지도 있다. 일부 집행 과정에서는 사형 집행자에게 공포탄을 지급해 자신이 실제 총탄을 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
미 육군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하산은 2009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장병들이 건강검진을 받던 의료시설에 들어가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권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미군 등 13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미국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계 무슬림인 하산은 장병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동료 무슬림을 살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기지는 장병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기 전 집결하는 곳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범행을 인정했고, 2013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는 하산 외에 세 명이 더 있다.
미군의 사형 재개 움직임은 올 초부터 포착돼 왔다.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들을 인디애나주 테러호트의 사형 집행 시설로 이송하도록 하는 지침이 전달됐다. 다만 법원의 제동으로 실제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군 사형수 로널드 그레이의 처형을 승인했지만, 이후 연방법원이 집행 정지를 결정하며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 법률 전문지 ‘아미 로이어’는 “승인 후에도 사형수가 연방법원에 집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며 “대통령 승인이 최종 단계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법원의 심사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