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美엔 당신 같은 리더 필요" 30년 전의 맞수에 띄운 추모글
[김은중의 인사이드 워싱턴]
좌우 하나 된 공화당 돌 추모식
“유머도 있고 용기도 있었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와 정부에 이런 지도자가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의원)
16일 미국 워싱턴 DC 라파예트 광장에 있는 유서 깊은 저택 디케이터 하우스에서 밥 돌(1923~2021) 전 공화당 상원의원 추모 행사가 열렸다. 돌 정치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좌우 진영 모두가 ‘정치권의 신사’로 꼽았던 돌의 대선 후보 지명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교통·노동부 장관을 지낸 아내 엘리자베스 돌과 전현직 의원 등 수백 명이 고인에 관한 추억을 나눴다. 돌의 수제자 격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후원금 5000달러(약 690만원)를 쾌척했다.
돌은 캔자스주에서 연방 하원 4선, 상원 5선을 했고 1996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에 패했다. 1995년 1월부터 대선 출마 직전인 1996년 6월까지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시기 소수당인 민주당 원내대표로 돌과 호흡을 맞췄던 대슐 전 의원은 “30년 동안 이어진 우리의 우정을 보물로 여긴다”고 했다. 대슐은 때로 협력하고 때로 경쟁했던 돌에 대해 훗날 “치열하지만 공정하게 싸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돌은 24살 어린 대슐의 사무실을 자주 먼저 찾았고 “내 사무실이 아니니 원할 때 회의를 끝내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유머도 곁들였다고 한다. 대슐은 “내가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 돌이 가장 먼저 축하해줬고, 2005년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도 가장 먼저 취직 제안을 했다”고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 같은 로펌에서 활동했다.
대슐은 “훌륭한 지도자에게는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단(backbone), 미래를 꿈꾸는 비전(wishbone), 유머 감각(funny bone) 등 세 가지가 ‘뼈’가 있어야 한다”며 “돌은 이런 리더십의 전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고 했다.
돌은 1996년 대선에서 9%포인트 차로 크게 패배했을 때도 “내일은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아무 할 일이 없는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라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 탄핵을 주도했을 때는 ‘비난 결의안이면 될 일을 크게 벌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돌은 2016·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지지자를 선동하자 “정당한 당선자는 조 바이든”이라고 했다.
돌은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지상군 철수를 추진하자 “한반도에 힘의 공백을 만들어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키우고, 미국에 대한 동맹의 신뢰를 떨어뜨려 동아시아 억지력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공개 반대했다. 1980년 신군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을 때는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적 후퇴”라고 비판했다.
돌은 1985년 한국을 방문했다. “천국이 캔자스와 닮았을 것이라는 내 생각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구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는 캔자스에 1호점을 낸 피자헛에서 피자 50판을 공수해 비무장지대(DMZ) 미군 장병들에 전달했다고 한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