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시진핑, 8∼9일 북한 국빈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대변인은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조선노동당 총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시진핑 동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가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며 김정은 집권 이후 두 번째다. 북·중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9월 초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번 방북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천명한 시진핑이 북·중 동맹 복원을 대외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1961년 김일성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가 체결한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5주년이다. 이 조약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북·중 관계의 상징적 토대로 여겨진다.
포린폴리시(FP)는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커졌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깊어지고 중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대이자 대미·대일 견제 카드”라고 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코로나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된 북·중 교역을 대폭 확대하고 비자 문제 등으로 전면 재개되지 않은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풀어주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2014년 완공된 뒤 방치돼 온 신압록강대교 개통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중국이 관심을 두는 두만강 하류 수로 이용과 동해 진출, 북한 나선 경제특구 활용 방안 등도 북·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북이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북·러가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과거 트럼프가 6자회담을 건너뛰고 김정은과 직접 만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핵심 당사국이라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 등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도전 받는 가운데 ‘반미 연대’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진핑이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5월 20일 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까지 단기간에 만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각 연대를 다지는 의미로 해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한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지난해 9월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중 관계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고 했다.
시진핑이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 대응 방향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국이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 설명자료에는 양국이 북핵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더 실용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시진핑의 방북은 외교 공간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러 최고지도자와의 연대를 등에 업고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FP는 “푸틴의 방북은 북한이 안보 후원자를 확보했다는 의미였지만, 시진핑의 방북은 그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큰 후원자이기 때문에 북한이 장기적으로 제재 완화나 제한적 개방을 모색하려면 결국 중국의 지원과 보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4월 9~10일 북한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전략적 소통 및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피로 맺어진 북·중 전통 우의는 결코 퇴색하지 않으며 깨뜨릴 수도 없다”고 했다.
다만 시진핑 방북에 따른 북·중 관계 회복 수준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형성한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 복원할 유인은 제한적이며, 완전한 신뢰 회복보다는 무역과 실무 교류 중심의 단계적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2018~2019년 다섯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이후 양측 관계가 오히려 악화된 전례가 있다”며 “번개가 치면 비가 내리듯 실질적으로 주고받는 이득이 생겨야 관계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