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성공은 이란 원유 90% 사는 중국에 달렸다"

美의 중동 전문가 2인 인터뷰

(왼쪽)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 '이란 2040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 마틴 미라메자니 연구원.
(왼쪽)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 '이란 2040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 마틴 미라메자니 연구원.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까지 미 금융망에서 몰아내는 ‘경제적 왕따 작전’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작전 성공 여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본지와 인터뷰한 중동 문제 전문가 2명은 “성공 여부는 결국 중국의 움직임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이란과의 교류를 계속 이어갈 경우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제재 효과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플레이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교역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이란이 완전히 고립되는 것을 막을 힘이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사들이는 최대 구매국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규모가 큰 중국과 이란의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이란 2040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틴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앞으로 가장 먼저 주시할 것은 실제 이란산 원유의 흐름, 특히 중국 정유업체들이 거래하는 물량”이라고 했다. ‘이란 2040 프로젝트’는 스탠퍼드가 2016년 출범시킨 프로젝트로 경제·에너지·인구·거버넌스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2040년까지 이란의 장기적 경제·사회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미국이 제재 집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이 신호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거래를 줄일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다른 행동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제재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미국의 제재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실제 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의 ‘제재 집행 의지’도 제재 성과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된다. 2015년 7월 이란 핵 합의(JCPOA)가 공식 체결되기 전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 등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원유 수출길을 틀어막고, 이란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후반에도 원유 수출 전면 봉쇄라는 ‘최대 압박’ 작전을 취한 바 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두 차례 모두 이란의 원유 수출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고립하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가 쉽게 굴복하거나 양보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바탄카 연구원은 “이란 당국자들은 경제적 압박이 실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적 고통을 인정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항복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제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이란 정권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반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라면서 경제 제재가 이란 정권보다 일반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