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장악력 떨어졌나… 유조선 통과 늘어
美 보호 '오만 항로' 1000척 이용
이란 대통령 "지금 전쟁 끝내야"
사실상 이란이 통제하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눈을 피해 통항하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해군의 보호를 기대하며 이란 반대편인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하는 유조선이 늘고, 일부는 선박 자동 식별 장치(AIS)를 끄고 항적을 숨긴 채 통항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은 아예 호르무즈를 빠져나온 뒤 원유를 다른 배에 옮겨 싣는 ‘해상 환적’을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장악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앞바다에서 해상에서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대 선박(STS·Ship-to-Ship)’ 방식으로 최소 400만 배럴을 중국 정유업체 페트로차이나와 시노켐에 판매했다.
푸자이라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 있는 원유 수출·저장 거점인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발한 대형 유조선이 이곳에서 중국 등 구매자 측 선박에 원유를 넘겨주는 방식을 취하면 구매자 측은 호르무즈 안쪽까지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른 걸프 산유국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란의 통제를 우회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CNN은 지난 18일 쿠웨이트와 사우디, UAE가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이용해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를 빠져나온 뒤 오만만에서 고객 측 유조선으로 옮겨 싣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호르무즈를 직접 통과해야 하는 선박들은 항적을 숨기는 ‘다크 운항’으로 이란의 눈을 피하고 있다. 알자지라가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19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12척 가운데 89척은 이용 항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선박은 위험을 감수하고 아예 AIS를 끈 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이란 반대편인 호르무즈 남쪽 오만 연안 항로를 사실상의 ‘보호 통로’로 만들어 유조선 통항을 지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해군은 중부사령부(CENTCOM)의 지원 아래 유조선들을 이 항로로 은밀하게 호송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보호 아래 호르무즈를 빠져나간 원유는 하루 약 500만 배럴로 전쟁 이전 하루 약 150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미 중부사령부는 지금까지 1000척 넘는 선박의 해협 통과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통제력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으로 선박 운항을 위협할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호르무즈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 중 최소 15척이 공격받았고, 선원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1일 한 국내 행사에서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추고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미국과 그간 진행한 종전 협상은 커다란 성취”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동맹들을 압박하면서 이란에 대한 초강력 경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