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정보기관은 英 MI6... 암살 능력 탁월한 건 佛 DGSE
서방 25국 정보수장 등 60명 설문
"MI6, 더러운 술책도 안 꺼려"
러시아·중·이란·튀르키예에 깊숙이 침투
고위급 정보원 포섭 능력 최고
프랑스 시사주간지인 렉스프레스(L’Express)가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각국의 해외정보기관 능력을 각국 정보전문가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영국의 MI6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해외정보기관을 평가받았다. 두번째는 프랑스의 ‘대외안보총국(DGSEㆍ Générale de la Sécurité Extérieure)’이었다. 렉스프레스는 서방 25개국의 전직 정보수장과 고위 관리들 60명을 상대로 3개월에 걸쳐 상대 정보기관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5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가디언이 이를 발췌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식 명칭이 ‘비밀정보국(SISㆍSecret Intelligence Service)’인 영국의 해외정보기관 MI6는 특히 고위급 정보원(첩자·정보 제공자)을 모집하는 능력과 러시아·중국·이란·튀르키예의 엘리트층 내부에 침투하는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정보 관리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MI6를 1위로 선정했다.
또 프랑스의 대외안보총국(DGSE)은 세계적인 활동 범위와 작전 수행 능력에서 2위를 차지했다. DSGE의 작전 능력에는 암살 작전 수행 능력도 포함돼 있다. 반면에, 슬로바키아의 정보기관은 유럽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MI6, 10년 장기 전망 갖고 정보원 구축
MI6는 고위급 정보원을 포섭하고 적국의 핵심 권력층 내부에 침투하는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MI6의 침투 대상 국가로는 러시아ㆍ중국ㆍ이란ㆍ튀르키예가 언급됐다.
MI6는 1909년 비밀정보실(Secret Service Bureau)로 창설됐고, 이후 육군 정보국 소속의 제6정보부(Military Information Section 6)로 존재했다. 2차대전 이후에 군이 아닌 정부 소속의 독립 정보기관인 SIS가 됐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 “MI6”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오늘날에도 애칭이 됐다. 이밖에 국내 방첩(防諜)과 국가안보ㆍ대테러를 담당하는 MI5가 있다. MI5도 이제는 독립기관인 ‘보안국(Security Service)’이 정식 명칭이지만, 여전히 MI5로 불린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국장이었던 로버트 고어릭은 렉스프레스에 “영국은 유럽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한 비밀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했고, 프랑스 DGSE의 전 수장(首長)은 “영국은 러시아와 비슷하게, 10년이란 장기간 전망을 가지고 정보원을 구축하는 데 투자한다. 또 더러운 술책(dirty tricks)도 마다하지 않는 취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DGSE의 고위 간부였던 올리비에 마스는 영국 MI6의 이런 강점을,영국의 오랜 제국주의 역사와 연결지었다. 즉, 19세기에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벌인 장기적인 첩보ㆍ외교ㆍ군사 경쟁인 ‘그레이트게임(The Great Game)’의 경험이 여전히 정보기관의 수행 능력에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더 타임스에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MI6에 들어가며, 이것만으로도 많은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영국은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경고한 나라였다고 밝혔다. 미국 CIA의 유럽ㆍ유라시아 작전 책임자인 랄프 고프는 이 신문에 “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선두에 있고, 우리는 바로 그 뒤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영국 MI6가 받은 점수는 251점이었다.
MI6는 작년 10월부터 사상 첫 여성 수장(首長)인 블레이즈 메트레웰리가 이끌고 있다. 메틀레웰리는 중동ㆍ아프가니스탄ㆍ사이버 전쟁에서 25년의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암살 능력 탁월한 프랑스의 DGSE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뷰로(The Bureau)’가 현실적으로 묘사한 DGSE는 이번 동료 평가에서 169점을 받았다. 그러나 평가자 60명 중에서 DGSE를 1위로 선택한 사람은 5명에 그쳤다.
한 폴란드 정보기관 관계자는 렉스프레스에 “DGSE는 유럽 대륙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정보기관으로, 그들은 기술 정보 수집ㆍ인적 정보(HUMINT)ㆍ작전 수행 능력을 결합한다”고 말했다.
특히 DGSE 안에는 프랑스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비밀리에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군 조직인 ‘행동국(Action Service)’이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2012년 5월~2017년 5월 재임)은 퇴임 후에 발간된 한 책 인터뷰에서 저자들에게 자신이 재임 중에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랑스의 이익을 해치는 ‘고(高)가치 지하디스트 표적’을 제거하는 40건 이상의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랑드는 “군과 DGSE는 인질을 납치했거나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들의 명단을 갖고 있다”며 DGSE가 종종 ‘살해작전(opérations homo)’을 수행했음을 매우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캐나다 정보기관의 전 책임자는 렉스프레스에 “프랑스는 식민지 경험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매우 뛰어나, 영국 MI6도 우리의 아프리카 문의에 대해선 프랑스에 물어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DGSE는 또 대(對)테러, 레바논 지역 작전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DGSE는 우크라이나의 침공 전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정보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공했다가 비판받았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창설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한 쿠데타(실제 발생은 2023년 6월23~24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일찌감치 CIA에 전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기관이 그해 “6월중순부터” 쿠데타 준비 상황을 알았다고 했지만, DGSE는 바그너 그룹의 주(主)활동 무대가 아프리카이어서 그 훨씬 이전부터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었다. DGSE는 이로 인해 파트너 정보기관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모사드화(化)한 우크라 정보기관
3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네덜란드 정보안보국(AIVD)가 차지했다. 포르투갈 정보기관의 전 국장은 AIVD에 대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나고,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한 신뢰를 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러시아 침공 이후 혁신성ㆍ독창성ㆍ위험 감수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유럽의 한 정보기관 책임자는 렉스프레스에 “러시아군 지휘관들에 대한 사보타주와 암살 작전은 그들이 ‘모사드화(化)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보기관 세계에서 종종 “비효율적인 관료 조직”이란 조롱을 받아온 독일의 해외정보기관 BND(독일연방정보국)는 5위였다. BND는 국제정세 분석 능력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제 첩보활동 능력은 낮게 평가됐다. 전직 스위스 정보기관 수장은 BND 직원들을 “싱크탱크 연구원들 같다”고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