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9주기, 부모의 복수는 계속된다… 200억원대 北연계 자산 회수 추진
2018년 美법원서 5억 달러 손해배상 판결
北책임 묻기 위해 소송 제기하고 돈 받아내
"사람 잘못 고른 김정은, 죽을 때까지 싸울 것"
오하이오州의 영향력 있는 유대인 집안
2017년 6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22세의 나이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의 9주기(6월 17일)가 다가온 가운데, 부모인 신디·프레드 웜비어씨가 지난달 파키스탄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1936~2021)의 확산 네트워크와 관련된 자산 약 1713만 달러(약 260억원)에 대한 회수 명령을 요청하는 문건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가까이 돼 가지만, 부모는 2018년 미 법원으로부터 ‘북한이 5억 달러를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돈을 받아내는 ‘정의 구현’을 이어가고 있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달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JP 모건 체이스 은행에 동결된 이른바 ‘칸 네트워크’ 연계 자산을 자신들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최종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파키스탄은 ‘핵의 아버지’라 불리는 칸 박사 지도 아래 1998년 5월 핵실험에 성공해 이슬람권 최초의 비공인 핵보유국이 됐다. 칸 박사는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에 핵 기술과 관련 장비를 이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미 정부는 칸 네트워크를 불법 핵 확산 조직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개인·기업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해 왔다. 체이스 은행에 칸 네트워크의 자금 1000만 달러가 동결돼 있었는데, 동결 상태에서 이자가 붙으면서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앞서 배상 판결을 받아 놓은 웜비어 부부는 이를 북한 연계 자산으로 보고 회수를 요구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북한이 확보를 원했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북한이 국제 사회 감시를 피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칸을 비롯한 여러 파키스탄 기술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기술을 전수하고 관련 시설 구축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상당한 규모로 거래가 이어졌다고 한다.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의 영향력 있는 유대인 집안인 웜비어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기 위해 도처의 자산을 압류해 돈을 받아낸 전례는 많다. 2019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건네받았다.
웜비어 부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새 자금원으로 지목받는 가상 화폐 계좌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 외교가에서는 한때 “북한이 호되게 걸렸다”는 말도 나왔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 2019년 11월 방한해 “김정은 당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며 “나는 죽는 순간까지 악랄한 당신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도 2019년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을 초당적인 공감대 아래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