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가 건넨 이란의 암살 첩보, 트럼프 재공습 불질렀나

美·이란 무력 충돌 부추기는 이스라엘

지난해 2월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photo 뉴시스·AP
지난해 2월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또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기조를 자극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트럼프가 이란에 노골적인 적개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경에는 ‘이란의 트럼프 암살 모의’ 첩보가 있는데, 이 첩보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8일(현지시각)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마친 뒤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그들(이란)은 미국 지도자인 나를 제거하려 한다”며 “나는 그들의 암살 대상 명단 맨 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그 행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며 이란의 암살 위협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이 트럼프 암살을 모의하고 있다’는 첩보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암살 첩보의 구체적 내용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타냐후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죽이리라”… 하메네이 고향서 안장식  9일 이란 마슈하드에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한 추모 군중이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다(We will kill Trump)”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장례식은 수도 테헤란과 종교 도시 곰 등을 거쳐 이날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에서 열린 안장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죽이리라”… 하메네이 고향서 안장식 9일 이란 마슈하드에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한 추모 군중이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다(We will kill Trump)”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장례식은 수도 테헤란과 종교 도시 곰 등을 거쳐 이날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에서 열린 안장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두 차례 암살 시도를 겪은 뒤 개인 신변 안전 문제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당시 이란과 연계돼 트럼프를 암살하려 했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들을 적발했고, 트럼프 역시 “이란이 내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또 이란은 지난 수년간 트럼프의 첫 임기 중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 알리 하메네이 장례식에서는 ‘트럼프를 죽여라’라는 구호가 공개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달한 이번 첩보는 트럼프의 대이란 강경 대응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번 암살 첩보가 양국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는 최근 이란을 재공격하며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 “쓰레기들” 같은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또 “나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다면 이란을 흔적도 없이 말살 할 것”이라고 했다.

암살 첩보 전달을 전후해 미·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자 네타냐후는 기다렸다는 듯 ‘확전론’을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날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수료식 연설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측근인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필요하다면 세 번째 대이란 공습도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통화했으며, 트럼프는 이란 전장에서의 미국 움직임에 대한 최신 상황을 공유했고,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현재 레바논에서 확보한 지역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조만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공동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 작전을 앞두고는 외국 정상에게 거의 개방되지 않는 백악관 상황실까지 들어와 트럼프와 미 참모진을 상대로 ‘이란을 공격하라’고 설득했다. 당시에도 트럼프에게 ‘당신을 암살하려고 했던 이란에 복수해야 한다’며 ‘알리 하메네이 등이 테헤란에 집결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면마다 트럼프의 ‘암살 공포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트럼프가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공습해 핵 시설을 타격할 때도 네타냐후의 ‘쉼없는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우리가 먼저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네타냐후가 레바논 공격을 감행하면서 두 정상의 관계는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암살 첩보’를 계기로 다시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은 사흘째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공격을 주고받으며 MOU 협상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남부 부셰르 원전 주변부가 미국·이스라엘의 발사체 공격을 받았고, 이란 남동부 코나라크 해군 기지 등도 공습을 받았다. 이란 역시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요르단에 탄도미사일 보복을 가했다.

지난 4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진행됐던 이란 2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이날 북동부 마슈하드 이맘 레자 성지의 안장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후계자이자 아들인 모즈타바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즈타바의 은둔이 길어지면서 중상설과 건강 이상설, 권력 승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다시 증폭되고 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