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 체포 사건에 들끓는 텍사스… '텃밭 넘어가나' 불안한 공화당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텍사스주(州) 남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나이지리아 출신 수녀를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 남부는 인구 대다수가 히스패닉이라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으나,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많아져 양당이 접전을 벌이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나이지리아 출신 레티시아 우그보아자(56) 수녀는 일요일이던 지난달 28일 텍사스주 이달고 카운티 맥앨런에 있는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걷던 중 ICE 직원들에게 체포·구금됐다. 흰색 수녀복 차림이었던 우그보아자는 체포 당시 묵주를 압수당하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런 소식은 우그보아자가 방문하려던 성당 측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이달고 카운티를 관할하는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교구에 따르면 우그보아자 수녀는 나이지리아에 본부를 둔 수녀회 소속이며 텍사스 지역 병원에서 10년 이상 간호사로도 근무했다고 한다. 미 국토안보부(DHS)나 ICE는 이와 관련한 미 언론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텍사스 정치권이 움직였다. 헨리 쿠엘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크웨인 멀린 DHS 장관 등에게 연락해 우그보아자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쿠엘라 의원은 WP에 “(트럼프 정부가)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까지 뒤쫓기 시작했고 ICE 과잉 단속이 히스패닉 주민들을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카 데라 크루즈 공화당 하원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우그보아자 수녀 체포 사건에 우려를 표하면서 “우리의 이민 단속은 강력 범죄자를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민주당 의원 등의 요구에 따라 우그보아자는 구금 당일 ICE에서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이번 사건은) 텍사스 남부에서 양당 정치권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가장 최근 사례”라며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 지역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텍사스주의 국경 지역 카운티 14곳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지만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인해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가 다시 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텍사스는 1994년 이후 연방 상원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한 번도 민주당에 자리를 내주지 않은 대표적 공화당 텃밭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ICE가 최근 5일간 미 전역에서 1만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체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하루 단속 인원만 2000명 꼴이다. NYT는 “ICE는 지난해 대규모 도시 단속 작전과 달리 대대적인 홍보 없이 일일 체포 건수를 2배 늘렸고, 이로 인해 이민자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