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녀 살해 면죄부 될수있나... 美 뒤흔든 '산후정신병' 논쟁

배심원단 의견 불일치 유·무죄 못 가려 '심리 무효'
"정신질환으로 판단능력 상실" vs "남편 내보내고 계획 범행"
트럼프 "끔찍한 일... 대가 치를 것"

3줄 요약
배심원단 의견 불일치로 심리 무효 선언
변호인 "환청 들려" 對 검찰 "계획 범행" 맞서
트럼프 대통령도 재판 언급하며 논쟁 확산
린지 클랜시(왼쪽)와 그의 변호인이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린지 클랜시(왼쪽)와 그의 변호인이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산후 정신 질환을 앓던 30대 여성이 어린 세 자녀를 살해한 형사 사건을 놓고 배심원단의 의견 불일치로 결국 유·무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에는 다툼이 없지만, 범행 당시 산후 정신 질환으로 판단 능력이 무너진 상태였다면 어디까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것이다. 재판이 생중계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AP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州) 플리머스 법원은 전날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린지 클랜시(36)에 대해 ‘심리 무효(mistrial)’를 선언했다. 여성 9명, 남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7일간 평의를 거듭했지만 만장일치 평결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은 세 차례나 재판부에 의견 일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고 한다. 배심원들이 실제로 유죄와 무죄 중 어느 쪽으로, 얼마나 갈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새로운 배심원단을 구성해 클랜시를 다시 재판에 세울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산후 정신 질환을 앓던 30대 여성 린지 클래시가 어린 세 자녀를 살해한 형사 사건을 놓고 배심원단의 의견 불일치로 결국 유·무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후 우울·불안 등을 경험한 여성 상당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찾아와 클랜시와의 ‘연대’를 표한 가운데, 정신 질환을 이유로 살인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로이터·AP·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산후 정신 질환을 앓던 30대 여성 린지 클래시가 어린 세 자녀를 살해한 형사 사건을 놓고 배심원단의 의견 불일치로 결국 유·무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후 우울·불안 등을 경험한 여성 상당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찾아와 클랜시와의 ‘연대’를 표한 가운데, 정신 질환을 이유로 살인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로이터·AP·AFP 연합뉴스

분만실 간호사였던 클랜시는 2023년 1월 매사추세츠주 덕스버리 자택에서 5살 딸 코라와 3살 아들 도슨, 생후 8개월 막내 아들 캘런을 목 졸라 죽였다. 이후 자신도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고, 현재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클랜시의 산후 정신 건강 이상은 막내를 낳기 전부터 반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클랜시는 2017년 12월 코라를 출산하고, 2019년 9월 도슨을 낳았다. 그는 두 차례 출산 이후 산후 불안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둘째 출산 뒤에는 한동안 상담 치료를 받고 항우울제 ‘졸로프트(Zoloft)’를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이 약을 복용했는지를 두고는 관련 증언과 기록이 엇갈린다.

지난 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에서 린지 클랜시 살인 혐의 재판이 열린 가운데 일부 여성들이 법원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팻말에는 "상식과 사실은 계획성을 입증하고 있다" "1급 살인"이라고 적혀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에서 린지 클랜시 살인 혐의 재판이 열린 가운데 일부 여성들이 법원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팻말에는 "상식과 사실은 계획성을 입증하고 있다" "1급 살인"이라고 적혀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클랜시가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었느냐였다. 그의 변호인 측은 막내 출산 이후 클랜시가 불면과 극심한 불안 등에 시달렸고, 아이들을 죽이라는 남성의 목소리를 듣는 등 ‘산후 정신병(postpartum psychosis)’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산후 정신병은 출산 여성 약 1000명 중 1~2명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질환으로, 심할 경우 망상이나 환각·환청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클랜시가 남편에게 아이의 약과 가족의 저녁 식사를 사오도록 해 의도적으로 집을 비우게 한 뒤 범행했다며 살해의 계획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클랜시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을 통제할 능력까지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특히 클랜시가 주장한 ‘아이들을 죽이라는 환청’을 범행 전 의료진에게 한 번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 앞에서 린지 클랜시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 앞에서 린지 클랜시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산후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전국적 논쟁으로 번졌다. 재판이 생중계되면서 수백만 명이 지켜봤고, 법원 안팎에는 산후 우울·불안 등을 경험한 여성 상당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찾아와 클랜시와의 ‘연대’를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클랜시가 막내 출산 이후 정신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여러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면 아무 죄 없는 세 어린 생명을 살해한 행위까지 정신 질환을 이유로 형사 책임에서 면제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재판의 첫 증인이었던 클랜시의 전(前) 남편 패트릭 클랜시는 과거 인터뷰에서 전처를 용서했으며, 그의 행동이 정신 질환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패트릭 측 변호인은 성명을 내고 “또 한 번의 재판을 통해 이 비극을 다시 겪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논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백악관 기자들과 대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질문에 “TV에 너무 많이 나와서 안 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며 “다시 재판이 열릴 것 같다. 그녀는 끔찍한 일을 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대가를 치를지는 알게 될 것”이라며 “정신병원이나 감옥, 혹은 다른 무엇인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