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간 무력 충돌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사실상 전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사우디의 원유 수출 생명선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명가량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타격했다. 사우디 공군 기지와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 및 전력 시설도 표적이었다. 사우디 당국은 이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타격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이미지에는 지잔 정유소와 아브하 석유 분배 센터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며 보복에 나섰다. 투르키 알말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의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을 보복 공습했다.
사우디는 최근 며칠간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는 후티 반군을 저지하고자 예멘 곳곳의 반군 거점에 대대적인 공습과 미사일 타격을 가했다. 당시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지난 3일 동안 카미스 무샤이트와 타이프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마리브, 알베이다, 알호데이다, 타이즈, 알자우프 등에 121차례에 달하는 무자비한 공습을 가했다”고 했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 생명선과 같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 통제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자국을 방어하고 이익을 보호하며, 형제국 예멘의 안보와 안정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년간 소강상태를 보이던 후티와 사우디 주도 연합군 간의 예멘 내전은 지난달 후티의 휴전 종료 선언 이후 악화 일로를 걸었고, 이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고자 군사 행동 수위를 높이고, 사우디 지원을 받으며 남부에 거점을 둔 예멘 정부군이 후티 장악 지역을 모두 탈환하겠다며 대대적인 지상 공세에 나서면서 희생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AFP통신은 후티와 예멘 정부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한 주간 양측에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군에서 지금까지 216명, 후티 측에서 278명의 대원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사망자도 최소 29명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3일간 예멘 서해안 일대에서만 1만8500명 이상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사우디와 후티가 사실상 전면전 수준으로 충돌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커지고 있다. 후티는 지난 7월 대(對) 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선박을 공격했다. 이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위기에 처한 사우디 원유 수출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8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9.46달러까지 상승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