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이란, IAEA 핵사찰단 이번주 복귀에 동의"
美·이란 고위급 '무박 2일 협상'
60일 내에 최종합의 로드맵 내고
호르무즈·레바논 관리기구 설치
J D 밴스 미 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다시 자국으로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는 미국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했다. 밴스는 전날 미국과 이란이 종전(終戰)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가진 1차 협상 결과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이란을 영구적으로 비핵화하고,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자국 핵시설을 타격하자 IAEA 사찰단 접근을 금지했었다. 핵사찰단 복귀는 이번 주 중으로 예정돼 있다고 밴스는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은 또 향후 60일 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과 호르무즈 해협·레바논 관련 분쟁 체계 마련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 문제를 놓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협상은 한때 파행 위기까지 갔다. 그럼에도 협상 시한인 8월 16일까지 회담을 계속하겠다는 기본 틀엔 최소한의 합의를 이룬 모양새다. 밴스는 “최종 거래는 집을 짓는 일인데, 우리는 아직 짓지는 못했지만 성공적인 기초를 마련했다”고 했다.
미·이란 대표단과 중재국인 카타르·파키스탄은 21일부터 18시간에 걸쳐 ‘무박 2일’ 회담을 가졌다. 이후 카타르·파키스탄은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중재 과정을 감독할 고위급 위원회 설치 ▲60일 내 최종 합의 도달 로드맵 구성 ▲호르무즈 안전 항행 등을 위한 연락 채널 구축 ▲레바논이 참여하는 분쟁조정기구 설치 등 합의 방안을 밝혔다.
◇분쟁 조정에 레바논 참여… 이스라엘이 따를지는 미지수
공동성명은 “고위급 위원회는 수석 협상가들의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핵·제재 및 MOU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실무 그룹 논의를 주도하게 된다”고 했다. 또 “60일 이내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으며, 이는 추가적인 기술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 위한 토대”라고 했다. 공동성명은 “협상 기간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고자 ‘상호 연락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밴스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이 있을 때 해결하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자 했다”며 해협이 현재는 개방된 상태라고 했다.
종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의 충돌에 대해선 “MOU에 따른 레바논 내 군사작전 종료가 준수되도록 하기 위해, 당사자들과 레바논 그리고 중재국이 참여하는 ‘분쟁 조정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성명은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를 따를지는 불투명하다.
공동성명은 이번 1차 협상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합의 내용을 두고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남은 기간 모든 쟁점에 대한 기술급 회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가 협상이 파국을 맞는 걸 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협상엔 미국에서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트럼프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했다. 이란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나왔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 타니 카타르 총리,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중재국 최고위급도 참석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물질 처리 문제, 이란은 미 경제 제재 완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각각 자국이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측 고위 외교관은 “핵 협상의 모든 요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한 반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핵 문제와 관련한 아주 짧은 논의가 있었고,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했다.
밴스는 이날 “이란 지도부가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역할을 포기할 용의가 있고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면 미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양국이 최종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여전히 난관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간 협의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가 소멸될 때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 갈등 완화 기구가 첫 번째 실질적인 시험대”라고 했다. 이 기구가 제대로 운영돼 레바논에서의 종전 약속이 지켜져야 후속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아라그치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한이 면제됐고 봉쇄 조치가 풀렸으며 일부 동결 자산이 해제됐다.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협상장에서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이란 대표단은 80분 회담 후 트럼프가 군사 행동을 재시사한 발언에 반발하며 한때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갈리바프는 “미국은 자신들의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 군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재국을 통한 협상은 계속됐고 결국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회담장에서 이란 인사들은 파키스탄 총리 등과 사진을 찍으면서도 지척에 있던 밴스 등 미 대표단과의 사진 촬영이나 공동 기자회견은 거부했다. 밴스는 “앞으로 몇 주간 실무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