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4조 들여 日히로시마에 공장… 삼전닉스 HBM 추격 나서
日 반도체 부활 정책 올라타
일본 정부, 5조원 지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메모리 생산 시설 증설에 착수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HBM 시장을 마이크론이 본격 추격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있는 공장에서 신규 제조동 기공식을 열었다. 총 투자액은 1조5000억엔(약 14조원) 규모로,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대 536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히로시마 공장은 마이크론이 2013년 파산한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생산 거점으로, 현재 마이크론의 D램 및 HBM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새로 지어질 제조동에서는 AI 연산 등에 쓰이는 차세대 D램 공정과 HBM4E 등 첨단 제품 생산이 검토되고 있다.
마니시 바티아 마이크론 수석부사장은 “최첨단 D램인 1γ(감마) 이후 공정 생산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D램인 1δ(델타)와 HBM의 차세대 제품인 HBM4E도 생산 대상에 포함된다. HBM4 계열은 HBM3E보다 데이터 통로가 넓어져 AI 반도체가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차세대 제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규 시설에 2028년 후반부터 제조 장비를 들여오고,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증설은 전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한 마이크론의 생산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메모리 수요는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증설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추격해온 HBM 시장 구도에 중장기적인 경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HBM4E 이후 세대를 겨냥한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서면서, 2028년 이후 차세대 HBM 시장을 둘러싼 메모리 3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 재건’을 노리는 일본 정부의 기대도 크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제품 생산에서는 과거 위상을 잃은 상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정부 지원을 쏟아내며 TSMC의 공장을 구마모토에 유치하고 라피더스의 차세대 2나노 공정을 육성 중이다. 여기에 마이크론의 첨단 D램·HBM 투자까지 가세한 만큼, 공급망 재건에 가시적 성과가 나고 있단 분석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메모리는 생성 AI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스스로 생산해 세계에 공헌하는 것은 매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현도 이번 투자가 현내 공급망 강화와 1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