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트럼프, '앵그리덕' 되나… "해외로 화살 돌려 분풀이 할듯"

 [트럼프 참패]
선거 결과에 안심 못하는 세계

3줄 요약
선거패배 후 이란 추가공격과 우크라이나 종전 압박
유럽 미군 감축과 나토 탈퇴 위협 등 대비
중국 대중 압박 강화와 일본 경제 압박 경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초 트럼프는 이날 공개 일정이 없었는데, 자신이 주도한 건설 공사를 홍보하기 위해 취재진과 만났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초 트럼프는 이날 공개 일정이 없었는데, 자신이 주도한 건설 공사를 홍보하기 위해 취재진과 만났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간선거 참패를 바라보는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일본 등 동맹국 심경은 복잡하다. 관세와 방위비·영토 문제 등으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워온 일부 국가에선 공개적인 환영 입장이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각국에서는 “트럼프가 자국 내에서는 ‘레임덕(다리 저는 오리·임기말 권력 누수)’이지만 대외 문제에선 ‘앵그리덕(화난 오리)’ ‘매드독(광견)’이 돼 분풀이 상대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 먼저 손보고, 러·우 종전 압박?

영국 디인디펜던트는 4일(현지시각) “토라지고 굴욕감을 느낀 트럼프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에 위험한 존재가 됐다”며 이란, 우크라이나, 대만 등지에서 트럼프가 심각한 군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공화당이 의회 장악력을 잃은 지금, 트럼프는 자신과 측근 부패 등 국내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해외에서 더욱 위험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미군 장병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면 미 의회의 탄핵 등 움직임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장병들을 위험 속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우선적인 ‘선거 패배 보복’ 대상은 이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명령할 권한이 있고, 실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트럼프의 군사·외교 정책을 완전히 통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조너선 패니코프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민주당 다수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전의 혼란기에 이란에 대한 추가 대규모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린지 뉴먼 채텀하우스 연구원도 “트럼프에겐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선거 패배라는 국내 요소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결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가 유럽 안보를 담보로 푸틴과 밀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줄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타격을 제지하고,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통신망 제공을 중단하는 등 ‘푸틴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럽 “대서양 동맹 붕괴 가속화” 우려

유럽은 지난해부터 관세, 방위비 문제를 비롯, 유럽 주둔 미군 감축과 미국의 나토 탈퇴 위협, 그린란드 병합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와 사사건건 갈등해왔다. 국내 문제에서 좌절한 트럼프가 ‘만만한 유럽’을 대상으로 이런 카드를 다시 꺼내며 분풀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대서양 관계는 이제 더 큰 불화와 트럼프의 더 많은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중남미 국가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파 성향으로 트럼프와 보조를 맞췄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의회의 견제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후 트럼프 행정부와 밀월 관계를 맺었던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페루·콜롬비아·칠레·볼리비아의 우파 정권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日 “미·일 동맹 불똥 튈라”

일본은 트럼프가 자신의 ‘레거시’를 남기고자 북한·중국·러시아에 접근해 외교적 성과를 연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한 핵 문제뿐 아니라 대만 문제에서도 중국에 양보할 경우 미·일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추가적 경제 압박도 우려한다. 일본 관가에선 “트럼프는 일본의 대미 경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미 투자·융자 증액이나 달성 시기를 앞당기자고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조속히 트럼프와 회담을 갖고 미·일 간 결속을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중국에 더 강경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트럼프의 정책 추진을 제약하는 동시에 인권·기술·국가 안보 문제에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대만·인공지능(AI)·수출 통제 문제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