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는 '킬러 드론'... 방산업계 새 전쟁터로

[산업X파일] 드론 무게중심, 전파 방해서 직접 요격 '하드킬'로
우크라·美 앞서... 한국 업체들은 걸음마 뗀 단계

우크라이나의 스카이폴이 최근 공개한 'P1-SUN 제트킬러'. 일반 드론이 아닌, 제트 엔진을 장착한 러시아의 전투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크라이나의 스카이폴이 최근 공개한 'P1-SUN 제트킬러'. 일반 드론이 아닌, 제트 엔진을 장착한 러시아의 전투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드론을 막는 기술의 무게중심이 조종 신호를 끊는 전파방해에서 기체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자율비행이나 광섬유 조종처럼 전파방해를 피하는 드론이 전장에 등장하면서 요격 속도와 명중률, 가격 경쟁력, 대량생산 능력 등이 대(對)드론 산업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적군의 ‘전투 드론’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드론 킬러’ 등장

지난 20~24일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에어쇼에서도 이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 드론 방산업체 스카이폴은 최고 시속 370㎞의 요격드론 ‘P1-SUN 제트킬러’를 공개했고, 유럽 미사일 업체 MBDA는 레이더가 포착한 드론을 적외선 탐색기로 추적해 파편형 탄두로 격추하는 저가 요격미사일 ‘카운터 매스 인터셉터’를 선보였다.

차량에 여러 발을 싣고 6㎞ 밖에서 몰려오는 드론을 연속 요격하는 무기다. 미국 X-Bow도 가격을 10만달러 아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요격탄 ‘버클러’를 내놨다. 민항기 수주전이 중심이던 판버러에서 올해 참가 업체 1600여 곳 가운데 방산업체가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도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전파방해로는 한계... 공중 또는 지상에서 직접 격추

전파방해는 값이 싸고 여러 대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어 대드론 방어의 첫 번째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미리 입력한 경로를 따라가는 드론이나 카메라 영상으로 지형을 인식하는 자율비행 드론은 조종 신호가 끊겨도 계속 날아갈 수 있다. 조종기와 기체를 가느다란 광섬유 선으로 연결한 드론에도 전파방해가 통하지 않는다. 공격 드론이 전파방해를 피하도록 진화하면서, 물리적인 힘을 가해 떨어뜨릴 요격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다.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하드킬 무기는 공격 드론을 추격해 충돌하거나 근처에서 폭발하는 요격드론이다. 러시아가 고속 제트추진 드론을 투입하자 방어용 드론에도 고성능 모터와 소형 제트엔진을 다는 속도 경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제너럴체리는 장기적으로 최고 시속 500㎞급 요격드론을 대당 약 2000달러에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영국·우크라이나 합작사 파이어볼트도 시속 350㎞급 제트 요격기를 개발 중이다.

◇그물로 드론 잡는 기술도 등장

기존 무기를 값싸게 개조하는 방식도 주목받는다. 미군의 APKWS는 70㎜ 로켓에 레이저 유도장치와 근접신관을 붙여 드론 주변에서 폭발하도록 만든 무기다. 기존 로켓 재고와 생산라인, 발사대를 활용할 수 있어 고가 방공미사일보다 대량 확보가 쉽다. 유도키트 누적 생산량도 10만개를 넘어섰다. MBDA가 판버러에서 내놓은 요격탄 역시 값싼 공격 드론에 고가 미사일을 쏘는 비효율을 줄이려는 시도다. 미국산 APKWS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저가 드론 요격 수단으로 주목받자, 유럽이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개발하는 독자 대체재라는 성격도 있다.

드론을 폭파하지 않고 그물로 붙잡는 방법도 있다. 미국 포템테크놀로지스의 ‘드론헌터 F700’은 레이더와 인공지능으로 표적을 추격한 뒤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끌고 오거나 낙하산을 걸어 떨어뜨린다. 폭발과 파편이 없어 군사기지뿐 아니라 공항과 도심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이 체계를 ‘리플리케이터 2’ 첫 구매 품목으로 선정했다.

그렇다고 전파방해가 하드킬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무선조종이나 위성항법에 의존하는 드론은 여전히 전파방해로 가장 빠르고 싸게 무력화할 수 있다. 레이더와 광학장비로 표적을 찾아낸 뒤 전파방해가 통하면 신호를 끊고, 이를 뚫고 들어오는 드론은 요격드론·저가 유도탄·레이저로 제거하는 ‘다층 방어’가 기본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표적의 속도와 크기, 조종 방식을 분석해 가장 값싼 대응 수단을 자동으로 배정하는 지휘통제 기술도 중요해졌다.

인천해수청 안티드론시스템 가상도
인천해수청 안티드론시스템 가상도

◇韓 방산업체는 ‘하드킬’ 분야 진입 단계

한국 업체들은 드론 탐지와 조종·위성항법 신호를 끊는 기존 전파방해 체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탐지 장비와 전파방해 장비, 통합 운용 콘솔을 묶은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를 구축했고, 레이저대공무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레이저는 전기를 사용해 반복 발사 비용이 낮아 주요 시설 가까이 접근한 드론을 제거하는 최종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도 소형 드론을 탐지한 뒤 전파를 쏴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하는 ‘소형무인기대응체계(Block-I)’ 개발을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하드킬’ 분야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니어스랩과 충돌형 요격드론 ‘카이든’을 통합 방공망에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레이더와 전파방해, 레이저 등 개별 기술과 시제품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다만 실제 전장에서 다양한 드론을 상대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빠른 개량 경험, 저가 요격수단을 대량으로 공급한 실적으로는 글로벌 드론 방산업체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했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