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전장은 해저에서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까지 이어진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16일 메릴랜드주에서 사흘째 열리고 있는 ‘공군·우주·사이버 콘퍼런스’에서 미군이 앞으로 전투를 준비해야 할 영역으로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공간을 지목했다. 그레고리 개그논 미 우주군 전투군사령관도 “잠재적 적국들이 전쟁을 우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일관된 판단”이라며 “특히 중국이 지구와 달 사이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 수뇌부가 연일 ‘우주전’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미군은 우주에서 사용할 무기를 개발·보유한 것을 공공연한 비밀로 다뤘지만, 이제는 대내외적으로 중국·러시아를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고 우주 공간을 미래 전쟁터로 선포하고 있다.
◇중·러 위협에 美, 공개 우주전 돌입
개그논 사령관은 이날 취재진에 “인류가 우주 더 깊이 진출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방어할 준비를 돕는 게 우주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미군 수뇌부는 연일 ‘우주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트로이 마인크 미 공군장관은 같은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이미 지구 궤도에 적대국의 행동으로부터 합동군을 방어할 수 있는 우주 통제 무기를 배치했다”고 처음 공개한 바 있다.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한 미군은 이날 우주에 어떤 무기를 배치했는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적국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운동적 수단과 비운동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공격적 목적과 방어적 목적 모두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미 CBS는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한 레이저, 데이터 연결을 방해하는 전자기기 재밍이나 사이버 재밍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위성은 정찰뿐 아니라 미사일 탐지, 군 통신, GPS 위치 정보, 무기 유도, 지휘·통제까지 담당한다. 위성이 마비되면 지상·해상·공중 전력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군은 이미 ‘우주 통제 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무인 우주선(X-37B)을 비행 임무에 투입했고, 다층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골든돔은 적 미사일을 우주에서 탐지한 뒤 궤도상 요격체가 격추하는 구상으로, 2028년 초기 능력 확보가 목표다.
미군이 공개적으로 전장을 우주로 넓히고 나선 배경엔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있다. 2024년 중국인민해방군 항공우주부대를 창설한 중국의 위성들은 다른 위성에 접근하거나 주변을 기동하는 훈련을 반복했고, 위성을 붙잡아 다른 궤도로 옮기거나 궤도상 급유를 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평시에는 정비 기술이지만 전시에는 적 위성을 밀어내거나 무력화하는 데 전용할 수 있다. 정보 수집·정찰·감시(ISR) 위성 510여 개를 운용 중이고 위성 요격용 지상 레이저 무기를 다수 배치했다.
2015년 항공우주군을 만든 러시아는 한층 파괴적인 대(對)위성 능력을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다수 위성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 기반 핵 대위성 무기를 추진해왔다고 지적해 왔다. 러시아 위성도 미국 위성 주변에서 근접 기동을 반복해 왔다. 실제 분쟁에서는 이미 GPS 전파 교란과 위치 정보 조작, 위성 통신 방해 같은 비파괴적 우주전 수단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양국 위성이 저궤도와 정지궤도에서 갈수록 복잡한 기동을 수행하며 실제 우주전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화적 우주 활용’ 조약 사문화되나
미군이 우주전을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중·러가 기술 개발 경쟁에 나섰지만 우주 관련 국제 규범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1967년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를 지구 궤도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달과 다른 천체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거나 무기를 시험하는 것도 금지하는 ‘외기권(外氣圈) 조약’을 맺은 바 있다. 이 조약은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지 않고 우주 물체로 촉발한 손해를 책임진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4년 4월 미국과 일본은 외기권 조약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에 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며(중국은 기권) 부결됐다. 같은 해 5월 러시아가 모든 종류의 우주 무기 배치를 영구 금지하자는 별도 결의안을 냈지만 이번에는 미국 등 서방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국은 미국의 궤도상 무기 공개 직후 “우주를 전쟁터로 만드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에 군사력 증강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10년 넘게 관련 무기를 개발해온 만큼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그논 사령관은 미군이 향후 5년 동안 우주군 규모를 2만5000명 정도로 2배 증강할 것이며, 증원 인력의 3분의 2는 전투 군사령부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