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서로 80여 곳씩 난타전… 트럼프 "종전 MOU 끝났다"

3주 만에 휴전 깨질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이 잇따라 공격을 받자 미국이 7일 “이란의 휴전 협정 위반”이라며 공습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군사 시설 등 8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휴전 이후 후속 협상 기간 면제하기로 했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도 복원했다. 군사·경제 양면에서 이란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도 중동 내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위해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는)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그들(이란)은 제정신이 아니며, 악랄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라며 “협상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이란 외무부 또한 미국의 이란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과 이란산 석유 수출 제재 재개 결정,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미국의 간섭, 그리고 이스라엘의 레바논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양해각서가 “무효화됐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에 대해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60일간 수수료 없는 자유 통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통행 방식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이란의 유조선 공격을 놓고 양국이 무력 충돌한 데 이어 공습과 보복이 재개되면서, 위태롭게 이어가던 종전 협상이 또다시 고비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타는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8일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지역인 반다르아바스가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내 표적 8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불타는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8일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지역인 반다르아바스가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내 표적 8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 美 “이란의 상선 공격 용납 않을 것”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7일 성명을 내고 “국제 해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공격한 것은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고 휴전 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이란에)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했다.

중부사령부는 6~7일 사이 공격당한 상선이 카타르 국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사우디아라비아·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각 1척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밀유도무기를 활용해 이란의 방공 시스템과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배치된 이슬람혁명수비대 소형정 60여 척 등 총 8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습이 휴전 합의 이후 실시된 다른 공격보다 4~5배 큰 규모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MOU 체결 직후 발급한 60일짜리 임시 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수출 길을 열어 이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국제 가격을 안정시키는 핵심 조치를 철회한 것이다.

트럼프는 튀르키예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한 시간 안에 그들(이란)의 다리를 무너뜨리고 에너지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며 “(이란 인구) 9100만명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합의를 하고 싶지만, 일을 끝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협상 타결을 선호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의 기반 시설을 표적 삼아 공격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 이란 “종전 합의 위반한 것은 미국”

미국의 공습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장례 나흘째에 이뤄졌다. 이에 이란은 “종전 MOU를 위반한 것은 미국”이라며 이번 결정이 “미국의 ‘악의’를 보여주는 것이며, 미 정부를 신뢰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고 반발했다. 이란은 공습 직후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쿠웨이트를 겨냥해 보복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두 국가 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하고 미군의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자유 통행을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있으며 이에 따라 지정한 항로를 준수하지 않거나 위치 추적기를 조작하는 선박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협박과 갈취의 시대는 끝났다”며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말 무력 충돌했던 양국은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파키스탄 중재하에 실무 접촉을 가진 뒤 하메네이 장례가 마무리되는 11일쯤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을 조율하던 중이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충돌이) 서명한 지 3주도 안 된 MOU를 위협하며 양국을 새로운 보복의 악순환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