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형사재판소 산산조각 낼 것"… 노벨상 불발 뒤끝?

ICC 출신 수상 직후 고강도 제재

3줄 요약
루비오 미 국무장관 ICC 불량 재판소 규정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8국 외교장관 ICC 지지
노벨평화상 수상자 필라이 전례 없는 일 규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발표하자,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들이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욕심을 보였던 노벨평화상이 ICC 재판관 출신 인권법 전문가에게 돌아간지 몇 시간만에 제재가 발표된 만큼 ‘의도적 제재’ 논란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현지 시각) ICC를 ‘불량 재판소’로 규정하며 재판소 전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로 미국 관할에 있는 ICC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 내로 ICC와의 거래를 끊어야 한다.

루비오는 “자국 방어를 미군에 의존하면서 ICC에 가입한 동맹국들은 이 불량 재판소를 제지해주길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ICC를 산산조각 내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ICC 관계자 17명에 이어 미국이 기관 자체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범죄행위 여부를 조사한 데 대해 미국은 오랫동안 불만을 품어왔다.

미국의 제재 발표에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8국 외교장관은 “미국의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ICC 지지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재판소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유럽 기업들이 미국 제재를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차단규정’ 준비 및 발동을 EU에 공식 요청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10일 “법의 지배를 중시하는 일본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이 일본인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을 제재했을 때보다 신속한 반응이다.

노벨평화상을 기대했던 트럼프는 9일 중간선거 유세에서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상이 돌아갔다”며 “8개 전쟁을 끝냈으니 노벨상을 8개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미국내 정치적 계산이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루비오는 ICC 반대가 민주·공화 양당의 공통 입장이지만 행동에 나선 것은 트럼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권과 미군 보호를 내세워 보수층에 호소하는 동시에, 2028년 공화당 대선 잠재 주자인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