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최대 물류 통로 열렸다… 대북제재 사실상 무력화
15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변. 중국 공안이 강변을 통제하고 순찰선이 압록강을 오가는 가운데 왕복 4차로의 신압록강대교 위로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를 단 화물트럭들이 국경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일부 북한 트럭은 차량 앞부분을 붉은 꽃으로 장식했고 다리 양옆에는 양국 국기가 줄지어 내걸렸다. 완공 후 12년간 방치됐던 다리가 이날 개통식과 함께 마침내 열린 것이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집중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3026m의 교량이다. 중국이 22억2000만위안(약 4400억원)의 건설비를 부담해 2014년 다리 본체를 완공했지만 북한 측 연결 도로와 세관·물류 시설 건설 지연에 북·중 관계 악화와 코로나 국경 봉쇄까지 겹치면서 개통이 미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과 지난 6월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번 개통은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대내외에 알리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북·중이 공동 개최한 개통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화상 축사를 통해 “신압록강대교가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강력하게 촉진하고, 전통적 우의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12일에도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더욱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43년 완공돼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기존의 북·중 우의교는 철도와 자동차가 함께 다니지만 자동차 통행로는 편도 1차로에 불과하고 20t이 넘는 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반면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로인 데다 자동차 전용이다. 이 때문에 대형 화물차의 양방향 동시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북한의 건설 사업과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와 장비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의혹을 조사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이 2024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되면서 제재 대상 물자의 이동을 감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교통량이 크게 늘고 경제협력도 한층 긴밀해질 것”이라며 “지난해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올해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양국이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와 경제 의존 문제를 놓고 일정 부분 타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석탄·광물·수산물 수출이 제재로 막힌 상황에서도 중국산 상품 수입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대중 무역 적자가 1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지만 감시 체계는 크게 약화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석탄·철광석·수산물·섬유 제품 등의 북한산 수출을 금지하고 북한에 대한 산업 기계·운송 수단·철강 등 금속류 반입도 제한했다. 정제유 공급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에도 상한선을 뒀다. 그러나 유엔이 2009년부터 북한의 불법 석유 반입과 제재 대상 물품 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운영해온 전문가 패널이 2024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가 종료되자 한국·미국·일본 등 11국은 그해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켜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MSMT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대북 제재 우회 가능성을 우려해왔다”고 했다.
북한이 한 달여 간격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대규모 육상 물류 통로를 확보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달 7일 북한과 러시아는 두만강을 가로질러 나선과 하산을 연결하는 첫 자동차 교량 개통식을 열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새로운 육상 통로를 확보해 경제적 선택지를 넓히고 어느 한쪽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중국 역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는 등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할 필요가 커졌다.
다만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전면적으로 무력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노골적으로 유엔 제재를 위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기보다 국경 단속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북한과의 교역을 관리해 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에 불만을 갖는 이유 중 하나도 중국이 제재를 제한적으로만 완화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단기간에 북·중 교역이 급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부담과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하다”면서 “북한은 지난 3월 중국과 국제 여객열차 및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북은 아직 정상화하지 않았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