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홍해에 육로까지... 사우디 송유관 피격당해 막혔다

드론에 당해 가동 중단... 원유 수송 '사면초가'
하루 400만~500만배럴 운송 핵심 우회로
친이란 후티는 홍해 관문 요충지 페림섬 장악

3줄 요약
호르무즈 해협 우회 위해 사용되는 사우디 동서 송유관 드론 공격에 가동 중단
후티 반군 바브엘만데브 해협 페림섬 장악
수송로 위기에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서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를 우회하기 위해 이용해온 핵심 송유관마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다. 여기에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 요충지까지 장악하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송로가 아라비아반도 동·서쪽에서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을 지나는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이 지난 10일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해당 드론이 이라크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 발원지로 지목된 이라크 남동부 메이산주(州)는 이란과 국경을 맞댄 지역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오랫동안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곳이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지르는 길이 약 1200㎞의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된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옮기는 핵심 우회 수송로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이 급감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최근 수개월간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400만~500만배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해당하는 물량이 운송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런 홍해 항로마저 위기에 놓였다. 예멘 정부 소식통들은 후티 반군이 11일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섬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페림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전략적 요충지다. 후티가 이 일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경우 이란은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로 이어지는 또 다른 핵심 해상 수송로까지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육교에 이란군이 포획했다고 주장하는 미군 수중 드론의 모습과 함께 ‘사냥꾼을 사냥하다(Hunting the Hunter)’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육교에 이란군이 포획했다고 주장하는 미군 수중 드론의 모습과 함께 ‘사냥꾼을 사냥하다(Hunting the Hunter)’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 연합뉴스

로이터는 후티의 최근 홍해 연안 진격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직접적인 지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란이 후티에 사우디 공격 강화를 주문하고 추가 자금과 무기, 고위 장교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후티를 동맹으로 인정하면서도 직접 군사 지휘를 한다는 주장은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에 군사 지원도 요청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를 상대로 한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당장은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보 공유와 공격 목표 선정 등은 지원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에 휘말린 이라크도 진화에 나섰다. 공격 발원지로 지목된 메이산주의 군 지휘관을 해임하고, 이란과 연결되는 샬람체 국경검문소를 예방 차원에서 폐쇄했다. 사우디는 이라크 총리의 요청에 따라 즉각적인 보복은 자제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가 동·서에서 동시에 흔들리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공급량은 이미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에 홍해 위기와 송유관 피격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