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 이스라엘 총선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연장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공격과 지난 2월 이란전이 발발한 이후 처음 열리는 선거로, 전쟁 장기화와 네타냐후 정부의 장기 집권에 지친 이스라엘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10일 이스라엘 매체들에 따르면, 10월 27일 총선을 앞두고 38개 정당이 후보 명부를 제출하면서 선거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스라엘 총선은 각 정당 득표율에 따라 크네세트(의회) 120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로, 득표율 3.25%를 넘겨야 의회에 입성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이스라엘에서는 일반적으로 제1당의 대표가 연합정부를 구성해 총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네타냐후는 1996년 역대 최연소(46세) 나이로 총리에 오른 뒤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8년 이상 장기 집권 중이다.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년간 벌어진 전쟁에 대한 네타냐후 정부의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심판대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줄곧 “하마스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두겠다”고 말해왔지만 아직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자지구에서의 교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과 함께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습한 전쟁은 “핵무기 완전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두고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네타냐후는 대규모 군사적 승리를 거뒀지만 이스라엘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엔 네타냐후에게 불리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하마스 공격 약 열흘 전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야히야 신와르 당시 하마스 지도자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행동을 준비 중”이라는 취지로 네타냐후에게 경고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둘러싼 ‘안보 실패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네타냐후는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야권은 국가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당시 정부와 군의 대응을 규명하라고 압박하는 등 정치 공세를 강화 중이다. 여론 조사 결과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8~9일 채널12 등 이스라엘 매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120석 중 20~21석,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샤르당이 2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군 참모총장 출신인 아이젠코트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젠코트는 모로코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이자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네타냐후와 달리 소박하고 투박한 이미지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자 전쟁에서 아들과 조카 둘을 잃은 개인사도 언급된다. 그가 이끄는 야샤르당은 네타냐후의 안보 실패를 정면으로 공격하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여론조사에서 친네타냐후·반네타냐후 진영 어느 쪽도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