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공습안한 '이란의 아킬레스건'… 美, 특수부대 투입 작전?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최대 터미널 위치한 작은 섬
파괴 시, 이란 경제 무너지는 아킬레스腱
미 특수부대가 제한된 작전으로 장악하는 방안도 거론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지상군 파견에 대해 “강한 관심(serious interest)”을 표명한 가운데, 미국은 이란 원유ㆍ석유 제품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하르그 섬(Kharg Island)을 점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AXIOS)가 보도했다.

하르그 섬은 이란 경제에서 매우 핵심적인 산업 거점으로서, 이 섬의 인프라 시설 파괴는 이란 경제를 사실상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은 이란 경제의 아킬레스건(腱)과도 같은 이 섬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와 관련,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에이전(Agen)은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란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테러리스트들의 손에서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을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제거한 뒤에,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통제권이 사실상 미국 에너지 기업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에이전 고문의 발언은 미군이 제한적인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하르그 섬을 장악하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보도 가운데 나왔다.

페르시아 만에 있는 하르그 섬에는 이란 최대의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고,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가 이곳을 통한다.호르무즈 해협에서 북서쪽으로 약 483km 지점, 이란 본토에서는 약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최대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페르시아만의 하르그(Kharg) 섬. 따라서 이 석유 인프라 시설의 파괴는 이란 경제의 붕괴를 초래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섬에 대한 폭격을 하지 않았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최대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페르시아만의 하르그(Kharg) 섬. 따라서 이 석유 인프라 시설의 파괴는 이란 경제의 붕괴를 초래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섬에 대한 폭격을 하지 않았다.

길이 약 8㎞, 폭 약 4.5km인 이 섬의 면적은 25㎢로, 울릉도의 약 3분의1 크기다. 이곳엔 1960년대 미 석유회사 아모코(Amoco)가 건설한 이란 최대의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으며,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다.

이란 해안의 대부분은 수심이 낮아 대형 유조선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르그 섬은 깊은 바다까지 부두가 설치돼 대형 유조선들이 접안할 수 있으며, 섬 남쪽에는 수십 개의 대형 저장 탱크가 있다. 또 해저 파이프라인이 이란의 주요 유전과 이 섬의 터미널을 연결한다. 이 탓에,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 때에도 이 섬은 이라크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았다.

이 섬의 인프라를 파괴하거나 장악하려는 미국의 군사 행동은 이란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쟁을 더 확대하고, 에너지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주며, 앞으로 등장할 이란 정부를 약화시킬 위험도 있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하르그 섬 공격을 ‘금지선(red line)’으로 간주해왔다. 이스라엘도 이번에 이란을 맹폭하면서도, 하르그섬 시설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르그 섬은 작년 6월의 미국ㆍ이스라엘의 ‘12일 전쟁’ 폭격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섬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장기적인 대(對)이란 전략을 시사할 수 있다.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루빈은 미국이 이 섬을 점령ㆍ장악하는 것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선택(no-brainer)”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란의 에너지 자원을 통제하게 되면 이란 정부의 수입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아이디어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 뉴스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대화에서 미군을 이란에 보내는 데 ‘강한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는 “트럼프는 대규모 침공은 고려하지 않지만, 대신에 소규모 특수부대를 투입해 지상에서 전략적 작전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중도 성향 야당인 예시 아티드 당의 대표 야이르 라피드도 “하르그 섬의 모든 유전과 에너지 산업을 파괴해야 한다. 그것이 이란 경제와 정권을 붕괴시키는 방법”이라며 하르그 폭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르그 섬 ‘장악’은 군사적 측면 이상의 더 복잡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르그를 공격하면, 이란도 걸프 국가들의 석유 인프라를 거리낌없이 본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구실을 얻게 된다. 또 설령 이란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후속 정부도 경제력이 마비해 취약해진다.

과거 미국의 이란 부(副)특사를 지냈던 리처드 네퓨(Nephew)는 “이런 고려 탓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곳을 아직 공격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마이클 도런은 “미 행정부는 전후(戰後) 이란 경제의 기반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백악관은 석유 가격 상승도 원치 않는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레드라인 밖에서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하르그 섬에 대해 입장을 취할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