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으로 휘발유 만든다…상상 초월 생존술로 에너지난 버티는 쿠바

트럼프 1월 "쿠바 곧 무너질 것"
6개월 후에도 쿠바 경제 지속돼
美자동차, 中전기 오토바이 대체
"국민들이 새로운 전력망 만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쿠바 경제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쿠바는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 속에서도 여전히 버티는 모양새다. 그 배경으로는 쿠바가 에너지난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한 점이 꼽힌다.

15일(현지 시각) 쿠바 하바나에서 국가 전력망이 붕괴됐다가 복구된 뒤 시민들이 거리를 건너고 있다. 이번 정전은 9일 사이 발생한 세 번째 대규모 정전이다. / 로이터=연합
15일(현지 시각) 쿠바 하바나에서 국가 전력망이 붕괴됐다가 복구된 뒤 시민들이 거리를 건너고 있다. 이번 정전은 9일 사이 발생한 세 번째 대규모 정전이다. / 로이터=연합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봉쇄를 단행해 쿠바를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몰아넣었고, 대규모 정전이 거의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6개월이 넘도록 쿠바 정부와 국민은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하고, 쿠바의 핵심 원유 공급처인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장악한 뒤 "(미국의 봉쇄 조치로)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쿠바는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후 원유 수입이 끊긴 쿠바는 잦은 정전에 시달리는 에너지난을 겪게 됐다. 이달 들어서도 여러 차례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암시장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쿠바의 주요 수익원인 관광업도 글로벌 호텔 체인과 결제 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쿠바는 에너지난을 버티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1950년대 미국산 자동차를 중국산 전기 오토바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정전 시에도 텔레비전과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용량 리튬 배터리를 수입하고, 석유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

이 같은 조처들이 모여 사실상 새로운 쿠바의 전력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NYT는 쿠바 정부가 하루 몇 시간만 전기를 공급하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부족한 연료를 아껴 사용하고 있다며 "국가가 아닌 쿠바 국민이 주도하는 이 전력망은 전기가 끊기고 연료마저 바닥난 상황에서도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획기적인 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쿠바 해안가에서 자란 팔메로(55)씨는 유튜브에서 폐플라스틱을 증류해 휘발유와 디젤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며 "우리는 해결책을 찾고 있다. 경제적 제약이 우리를 서서히 죽이고 있지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가 에너지난을 더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헤 피뇽 텍사스대 연구원에 따르면 쿠바는 현재 자국에서 생산한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중국의 지원으로 조성된 태양광 발전단지만으로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들 에너지원만으로도 쿠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절반을 충당할 수 있다며 "말 그대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긁어모으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제는 쿠바 경제가 예상보다 오래 버틸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쿠바 정부의 붕괴를 원한다면서도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현실적인 접근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내심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시방편으로 구축된 에너지망에서도 쿠바의 불평등 문제는 드러나고 있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는 대부분 부유한 쿠바인들, 즉 해외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의 소유라는 것이다. 식당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예니 올리바는 "식당 주인은 태양광 패널을 살 여유가 있지만, 우리 집은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세 살배기 딸에게 줄 우유를 사기도 버겁고, 전기가 없으니 음식도 금방 상한다"고 말했다.

쿠바는 앞으로도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버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쿠바가 4월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지만, 보시다시피 우리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저력 덕분에 아직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