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3·토마호크 미사일, '이 부품' 모자라 많이 못 만든다
미사일 날개를 제어하는 데 쓰이는 정밀 볼스크루 생산 능력이 부족해
0.001㎜ 단위로 측정되는 정밀도 요구
NYT "미사일 생산은 공급이 가장 더딘 부품의 조달 속도 능가 못해"
미국 군함에서 발사하는 첨단 크루즈미사일인 토마호크의 현재 연간 생산량은 60발 수준이다. 제조사인 방산업체 레이시온은 지난 8월 이를 연 1000발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다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생산하는 패트리엇-3 MSE요격 미사일 역시 작년에 620발 생산했지만, 지난 1월 이를 3배인 2000발로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작전 등으로 인해 미국의 첨단 미사일 재고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 방산업체와 미 국방부 간 증산(增産) 계약에도 불구하고, 정밀 볼스크루(precision ball screw)와 같은 아주 작은 부품의 공급 차질로 인해 미사일 생산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실 볼스크루만 미사일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서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희토류ㆍ자석ㆍ고체로켓 모터ㆍ강력한 폭약도 역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 신문은 “외견상 단순한 나사와 같은 부품의 납기조차 이처럼 길어지는 사실은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고질적인 문제를 잘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볼스크루는 나사와 너트 사이에 나사산을 따라 순환하는 쇠구슬(ball)이 들어 있어서, 이 쇠구슬이 굴러가면서 너트가 앞뒤로 움직인다. 일반적인 나사는 나사와 너트가 나사산끼리 직접 접촉하면서 미끄러지는 반면, 볼스크루는 나사와 너트 사이의 쇠구슬이 구르면서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밀 볼스크루는 패트리엇 미사일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다.
미사일의 비행제어 시스템은 전기기계식 ‘구동기(actuator)’를 이용해 미사일의 조종날개(fin)를 매우 정밀하게 움직여 비행 방향을 제어한다. 미사일에는 최소 4개의 구동기가 들어가는데, 각각의 구동기에는 정밀도가 매우 높은 볼스크루 한 개가 들어간다. 이 볼스크루에 요구되는 정밀도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분의1(0.0005~0.001㎜) 단위로 측정될 정도다.
자동차의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일반 산업용 볼스크루는 이 정도의 정밀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미사일에 들어가는 정밀 볼스크루는 몇 주면 조립할 수 있지만, 소재가 되는 특수 내열강을 공급받아 경도ㆍ강도ㆍ치수 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열처리하고, 크롬 등으로 도금하는 과정 등 여러 단계가 추가로 필요해 수개월~1년의 기간이 걸린다. 개당 가격은 1000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이렇게 고도로 설계ㆍ가공된 군용(軍用) 정밀 볼스크루를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미 이들 업체는 생산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미시간주 새기노에 공장이 있는 이탈리아 볼스크루 제조사인 ‘움브라그룹’ 측은 2020년 이후 볼스크루에 대한 수요가 최대 50% 증가하면서, 이 정밀부품이 미사일 생산과정의 ‘병목(choke point)’이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예를 들어, 록히드 마틴 사가 패트리엇-3 미사일을 3배 증산하려면, 구동기 제조사로부터 ‘구동기’를 기존보다 그만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 또 구동기 제조사는 정밀 볼스크루를 기존보다 훨씬 많이 구매해야 한다. 결국 미사일은 공급이 가장 느린 부품이나 소재 제조사가 허용하는 속도 이상으로 빨리 제조될 수 없는 것이다.
노스럽 그러먼, 록히드 마틴 같은 미 최대 방산업체들은 볼스크루의 납기가 길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상당히 미리 조달하지만, 증산에 대한 부품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스럽 그러먼 사의 의뢰를 받아 정밀 볼스크루를 제조했던 업체인 BGT 측은 한 번에 납품하는 물량을 생산하기까지 2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물론 미국만 정밀 볼스크루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자국산 정밀 볼스크루로 수요의 80%를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전히 90%를 유럽과 일본에서 수입한다.
‘움브라그룹’의 항공ㆍ우주ㆍ국방 부문 마케팅 임원인 닉 콜라는 “레이시온 사의 증산 계획을 맞추려면 우리는 12주 내에 부품이 필요하지만, 우리 역량이 그렇게 안 된다. 이건 우리에게 새로운 설계이기 때문에 1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기존 미사일의 생산을 대폭 늘린다 해도, 필요한 특정 사양의 볼스크루를 새로 설계·인증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과정만 약 1년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엔 시제품을 검사하고 제조공정을 인증하는 테스트가 포함된다. 또 일단 인증이 완료되면, 해당 미사일에 대한 볼스크루 공급업체가 사실상 고정된 것이기 때문에, 생산 일정이 지연돼도 새롭게 대체 공급업체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미시간 주 새기노는 1930년대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 조향장치에 볼스크루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2차 대전 때 B-29 폭격기에 들어가는 거대한 볼스크루를 생산하면서 볼스크루 생산의 중심지가 됐다. 그러나 이후 제조업체들의 수가 줄면서, 전체 생산능력이 축소됐다.
미사일과 민간 항공기에 들어가는 ‘구동기’를 제조하는 캘리포니아주 호손의 제조업체 세일리언트 모션의 최고운영책임자 리카 자인은 “볼스크루는 병목이었고, 현재도 병목이며, 앞으로도 계속 병목으로 남을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