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에 "국경 다리 개통 못해" 엄포
캐나다가 6.8조원 들여 지었는데 지분 50%·운영수익 공유 등 요구
美·캐나다 감정싸움 갈수록 악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총연장 8891㎞에 달하며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평화로운 국경’으로 불린다. 양국 간의 오랜 우정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상징하는 이 국경에도 ‘트럼프발(發) 폭탄’이 떨어졌다. 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를 잇는 ‘고디 하우(Gordie Howe) 국제대교’가 올 하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는 9일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캐나다에 제공한 모든 것을 보상받고 캐나다가 미국을 공정과 존중으로 대할 때까지 다리 개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공한 것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적어도 이 자산의 절반은 소유해야 한다”며 지분 50% 할양과 운영 수익 공유를 요구했다. 캐나다 정부가 건설비 47억달러(약 6조 8432억원) 전액을 부담해 2018년부터 공사를 진행해 온 이 다리는, 이미 미시간주가 비용 부담 없이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도록 협약이 체결된 상태다. 단, 캐나다 측이 막대한 건설비 회수를 위해 당분간 통행료 수입을 가져가기로 합의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당장의 수익 공유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캐나다 출신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이름을 딴 고디 하우 국제대교에 대해 트럼프는 집권 1기였던 2017년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성명에서 “양국 간의 필수적인 경제적 연결 고리”라며 치켜세웠다. 그런데 이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개통 불허 위협과 관련 경쟁 업체의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트럼프가 해당 글을 올리기 몇 시간 전, 디트로이트의 억만장자 매슈 모룬이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모룬 가문은 기존 이 지역의 국경 통로인 ‘앰버서더 브리지’를 소유한 운송 재벌로, 새 다리가 개통되면 통행료 수입에 타격을 입게 된다. NYT는 “러트닉 장관은 모룬과 만난 뒤 트럼프에게 전화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교량 사태는 최근 위험 수위를 넘은 미국-캐나다 감정싸움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마크 카니 총리는 중국과 거래를 하려 하는데, 중국이 캐나다를 산 채로 잡아먹게 될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캐나다의 모든 아이스하키 경기를 중단시키고, 스탠리컵(북미아이스하키리그 우승컵)을 영구히 없애버리는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양국 갈등은 그간 관세와 영토 문제에서도 불거져 왔다. 작년 초 트럼프가 불법 이민과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캐나다는 즉각 보복 관세 계획을 발표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력에 요금을 부과하겠다”며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겠다고 압박에 나섰고, 카니 총리는 작년 5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면전에서 “캐나다는 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작년 6월에는 캐나다가 미국 테크 기업들을 겨냥해 3%의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를 추진하자, 트럼프가 이에 반발해 무역 협상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달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해 현 국제 정세를 ‘파열(Rupture)’로 규정한 뒤 “중견국들은 뭉쳐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양국은 최근 무역 협상을 재개했으나, 트럼프가 다시 교량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협상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