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합의할지, 이란을 소멸시킬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11월 중간선거 직후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미 정부는 이날 이란 항공사에 연료, 착륙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에 착수했다.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에 이어 하늘길까지 차단한 것이다. 미국은 대이란 경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트럼프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큐슈너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뉴욕에서 만나 3시간가량 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는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으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이란 하늘길까지 막은 美, 경제 압박 최고조로
트럼프는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모든 나라가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 고립에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 최대 항공사인 마한항공 등 20여 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란 항공기가 내리면 연료와 착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제재로 인플레이션, 리알화 가치 급락, 필수물자 부족 등에 시달리는 이란 경제의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란과 이라크·오만·아제르바이잔·조지아·튀르키예 등 주변국과의 항공편이 취소되기 시작했고 이란의 의약품, 자동차 부품 등 수입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날 트럼프 연설 도중 이란 대표단은 항의의 뜻으로 대표자 한 명만 남기고 퇴장했다. 이란 군부는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쏟아낸 적대적 발언과 반복된 위협은 사실관계에 근거하기보다 철저히 국내 선전용 도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이 포함된 이란 대표단이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호르무즈 재개방을 비롯한 종전 협상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전쟁을 하는 국가의 정상이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디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
트럼프는 이날 미·이란 대표단 회담을 두고 “좋은 구상들이 많이 나왔고, 많은 일이 아주 잘 풀리고 있다”며 “중재자들(아라그치 등을 지칭)은 합의를 이루려는 동력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이란 대표단은 뉴욕에서 카타르를 통해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 ▲침략 행위 중단 ▲미국 해군의 이란 해상 봉쇄 종료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 해제 등의 요구 조건을 전달했다고 이란 외무부는 밝혔다.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모두 종전 원해”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겨울이 오기 전 전쟁을 끝내는 게 중요하다”며 종전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 내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꼽으며 ‘에너지 휴전’을 요구해왔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러시아 공격을 멈추라는 일방적 명령을 받은 적은 없다”며 “러시아도 같은 조치를 할 경우에만 러시아 석유 정제 인프라 타격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 그렇다”고 했다. 그는 푸틴, 젤렌스키와 3자 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