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의 '조화' 빛났다… 지구촌 겨울축제 스타트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 17일간 열전 돌입
8만 관중 환호 속, 한국 선수단은 22번째 입장
머라이어 캐리 열창, 조르지오 아르마니 의상 눈길
고대 로마부터 伊 음악·디자인 등 '화려한 무대'

이탈리아의 알파인스키 영웅 알베르토 톰바와 데보라 콤파뇨니가 밀라노 ‘평화의 아치(Arco della Pace)’에 설치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같은 시각 현역 알파인스키 팀의 기둥 소피아 고자는 코르티나 성화대에 불을 옮겼다.
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에서 올림픽 성화가 동시에 점화됐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 개막식의 주제 ‘아르모니아(Armonia·조화)’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6일(현지 시각) 오후 8시 2분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개막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두 도시’,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의 풍경이 화면에 흐르고 카운트다운 숫자가 ‘0’이 된 순간 ‘ARMONIA’란 글자가 전광판에 새겨지며 행사가 시작했다.

한국 선수단은 92국 중 스물두 번째로 입장했다. 박지우(스피드스케이팅)와 차준환(피겨스케이팅)이 밝게 웃으며 대형 태극기를 들고 산 시로 스타디움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밀라노와 동시에 코르티나담페초, 리비뇨, 프레다초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무대를 걸어나오면서 크고 작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8만여 관중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가운데 18~19세기 이탈리아 신고전주의의 거장이자 천재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에 대한 헌정 무대로 행사가 시작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모레와 프시케’ 이야기가 대형 조각과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됐다.


이탈리아 배우 마틸다 데 안젤리스가 지휘자로 등장해 ‘상상의 교향곡’을 펼쳐냈다. 이어 고대 로마, 이탈리아 요리, 문학, 디자인 등을 표현한 캐릭터들이 스타디움을 수놓았다.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가 등장해 이탈리아 국민 가요 ‘Nel Blu, dipinto di Blu’를 열창하자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한국에는 후렴 가사인 ‘볼라레’란 제목으로 알려진 곡이다. 캐리의 무대는 히트곡 ‘Nothing is impossible’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깜짝 등장한 순서도 있었다. 영상 속 트램 안에서 어린이에게 떨어져 있는 대회 마스코트 인형을 주워준 이의 모습이 대통령으로 확인되자 관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탈리아의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 흰색, 빨간색 옷을 입고 등장했다.
이어 이탈리아 국가가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동시에 울렸다. 밀라노에선 싱어송라이터 라우라 파우지니가 국가를 불렀다.

금빛 원형 조형물은 서서히 가운데로 모여 하나가 됐다. ‘조화’란 대회 주제를 표현하며 올림픽 오륜기를 만들어냈다.
92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가 첫째 순서로 들어섰고, 개최국 이탈리아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알파벳 순서에 따라 스물 두 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조반니 말라고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오늘 밤 이탈리아는 세계를 향해 두 팔을 활짝 편다”며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며, 올림픽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최선을 다하고 매 순간을 만끽하라”며 “선수 여러분이 (경기를 통해) 우리에게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행사 시작 약 1시간 50분이 지난 오후 10시 50분쯤 마타렐라 대통령이 올림픽 개회를 공식 선언했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넬순 도르마’를 부르는 가운데 성화가 산 시로 밖을 빠져나갔다.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이탈리아 래퍼 갈리도 평화의 시를 이탈리아어·프랑스어·영어 3개 국어로 낭송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여러분의 심장을 경기에 쏟으라”며 “모든 선수들에게 즐거운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리(이탈리아 대표팀 별칭) 파이팅!”으로 말을 맺었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흐르는 가운데 두 도시 동시 점화를 끝으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이날 스타디움은 행사 시작 전부터 빠르게 들어차 일찌감치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주요 지하철역에는 수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 열차를 그냥 보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경찰은 경기장에서 4~5㎞ 떨어진 지점에서도 사이렌을 울리며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은 이날 막을 올려 22일까지 17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베로나에서 열리는 폐막식까지 92국 약 2900명의 선수가 16종목에서 총 116개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친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