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무장관 인준 제동…중간선거 전부터 새는 인사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표가 없다"…트럼프 입법 구상 잇단 제동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각료 인선이 공화당 내부 반발로 제동이 걸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아직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기도 전인데도 공화당 내부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이 등장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2기 권력 누수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인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후보자 인준 표결을 전격 연기했다. 존 코닌(텍사스)·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의원이 이른바 ‘반(反)무기화 기금(트럼프와 정치적 우군들에게 정부의 부당한 수사·조사에 대한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려던 18억달러 규모의 기금)’의 완전 폐기와 트럼프 대통령 등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면책 범위 축소를 문서로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지지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에서 공화당 전원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두 의원의 반대로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필요하다면 토드 블랜치의 지명을 일시적으로 철회하는 데 이의가 없다”며 “코닌과 틸리스가 의회를 떠난 뒤 다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상원 표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코닌과 틸리스 의원은 모두 재선 부담에서 벗어난 공화당 의원들이다. 텍사스 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에게 패배한 코닌은 이른바 ‘욜로 코커스(YOLO Caucus·재선을 신경 쓰지 않는 퇴임 예정 공화당 의원 모임)' 그룹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더 이상 트럼프의 정치적 보복이나 당내 경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백악관을 상대로 독자 행동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 이어 입법도…흔들리는 트럼프 장악력
블랜치 인준 논란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핵심 입법 과제도 상원 공화당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공화당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필리버스터 폐지와 선거법(SAVE America Act) 처리에 대해 “표가 없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학은 수학, 산수는 산수”라며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서 상원의 표 계산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권자 신원 확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를 폐지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온 핵심 법안이다.
워싱턴 정치권은 트럼프의 당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분위기다. 특히 아직 11월 중간선거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핵심 인사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상원 공화당 의원들도 차기 대선 구도와 자신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입지를 더 중시하면서 백악관과 거리를 두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헌법상 3선에 도전할 수 없는 데다 중간선거 이후에는 공화당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2028년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1기 때는 당내 장악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인사안을 밀어붙였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도 핵심 법무장관 인선이 당내 반발에 가로막히면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