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개발에 미국이 직접 참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계약”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민간 사업자가 새 회사를 만들어 100년간 유전 17곳을 개발하고, 미국은 이 회사 생산량의 55%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개발 대상 유전의 잠재 매장량은 650억배럴에 달한다. 미국 전체 원유 매장량 약 460억배럴보다도 40% 이상 많은 규모다.
그러나 정작 계약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누가 막대한 유전 개발 비용을 부담하는지, 미국의 지분이 정확히 얼마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노후화된 베네수엘라 석유 시설을 복구하는 데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대통령을 체포한 뒤 추진해 온 ‘베네수엘라 석유 확보’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5가지 질문으로 풀어봤다.
①도대체 어떤 계약인가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민간 사업자가 새로운 민간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베네수엘라의 대규모 미개발 유전을 100년간 개발할 권리를 갖는 계약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측에 따르면, 개발 대상은 유전 17개로, 확인된 잠재 매장량은 650억 배럴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통해 석유 산업에 1000억달러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2090억달러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미군이 심야 작전을 통해 마두로를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작전 이후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②미국은 정확히 무엇을 얻게 되나
미국은 새 회사가 생산하는 석유의 55%를 실질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는 회사 지분뿐 아니라 원유를 원가에 살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미 당국자는 AP에 미국이 사들이는 원유가 전략비축유(SPR)와 군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계획대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인 매장량을 보유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게 미 당국자의 설명이다.
③그러면 미국 휘발유 가격도 곧 내려가나
당장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번 계약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9일 갤런당 약 4.08달러로, 1년 전 3.20달러보다 약 28% 높았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유가는 핵심 경제 현안 중 하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시설은 오랜 투자 부족으로 크게 낙후돼 있다. 에이미 마이어스 재피 뉴욕대 에너지·기후정의·지속 가능성 연구소장은 이번 계약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노동절 주말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④베네수엘라에서는 왜 반발하나
자국의 핵심 천연자원을 미국에 넘기는 계약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의 자원은 베네수엘라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베네수엘라 기획장관을 지낸 리카르도 하우스만은 이번 합의를 “수치스러운 계약”이라고 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인들은 이 불법적인 계약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주요 석유회사들도 이 계약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N도 “미 정부 역시 이번 합의가 식민주의적 자원 강탈처럼 보일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⑤실제로 650억배럴을 개발할 수 있나
아직은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계약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다. 새 회사의 민간 사업자가 누구인지,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누가 부담하는지, 미국이 회사의 지분을 정확히 얼마나 보유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계약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불분명하다.
미국 석유 회사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도 변수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유일한 미국 석유 회사인 셰브런은 이번 계약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엑손모빌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옥슬리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기후·상품 이코노미스트는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은 세계 다른 지역의 프로젝트와 투자 수익률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며 “다른 곳에 더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