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되살린 '총살 분대'

美기지 총기난사범 사형 집행 승인

3줄 요약
트럼프, 미군 기지 총기난사범 사형 승인
'총살 분대' 사형은 2차 대전 이후 처음
연방법원 집행 정지 시 무산 가능성도

형장으로 끌려나온 사형수의 몸이 기둥에 줄로 묶여 고정되고 두 눈이 가려진다. 10명 안팎의 군인이 소총을 들어 총구를 사형수 쪽으로 겨냥한다. 신호가 떨어지자 귀를 찢는 ‘탕’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불꽃이 튄다. 1·2차 세계대전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진 총살형 집행 장면이다.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만 알려졌던 이런 방식의 사형 집행이 미군에서 부활하게 됐다.

멕시코 국적 판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가 19~20세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명 ‘총살형(Execution by Firing Squad)’. /시카고미술관
멕시코 국적 판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가 19~20세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명 ‘총살형(Execution by Firing Squad)’. /시카고미술관

미 국방부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 기지에서 총기 난사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 니달 말리크 하산에 대해 ‘총살 분대(firing squad)’를 통해 사형을 집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하산에게 마침내 심판의 날이 왔다”고 밝혔다. 미군 규정은 대통령이 승인한 날로부터 60~150일 사이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방침대로 형이 집행될 경우 미군은 1961년 성폭행범에 대해 교수형을 집행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총살 분대를 통한 미군의 사형 집행은 2차 대전 후 최초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가 승인한 총살 분대를 통한 형 집행은 여러 명의 군인으로 구성된 집행조가 사형수에 일제히 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형 집행 사례가 1917년 미녀 스파이 대명사인 마타 하리 처형이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끄나풀로 포섭돼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프랑스군에 붙잡힌 그는 12명의 총살 분대의 사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방식은 누가 치명적인 총탄을 발사했는지 특정하기 어렵게 해 사형 집행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려는 취지도 있다. 일부 집행 과정에서는 사형 집행자에게 공포탄을 지급해 자신이 실제 총탄을 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

2009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난사를 벌여 13명의 살해한 니달 하산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09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난사를 벌여 13명의 살해한 니달 하산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 육군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하산은 2009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장병들이 건강검진을 받던 의료시설에 들어가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권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미군 등 13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미국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계 무슬림인 하산은 장병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동료 무슬림을 살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기지는 장병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기 전 집결하는 곳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범행을 인정했고, 2013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는 하산 외에 세 명이 더 있다.

미군의 사형 재개 움직임은 올 초부터 포착돼 왔다.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들을 인디애나주 테러호트의 사형 집행 시설로 이송하도록 하는 지침이 전달됐다. 다만 법원의 제동으로 실제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군 사형수 로널드 그레이의 처형을 승인했지만, 이후 연방법원이 집행 정지를 결정하며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 법률 전문지 ‘아미 로이어’는 “승인 후에도 사형수가 연방법원에 집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며 “대통령 승인이 최종 단계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법원의 심사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