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스파이더맨도 감당하기 어려운 살인적 뉴욕 물가
뉴욕포스트, 영화와 현실 비교
1인 가구 생활비 年 8만달러 필요
시간당 17달러인 최저임금의 2배
소득 50% 집세… "살기에 빠듯"
수퍼 히어로도 2026년 미국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속 주인공 피터 파커는 낮에는 뉴욕에서 피자 배달과 사진 촬영으로 생계를 잇고, 밤에는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 도시를 지킨다. 그런데 뉴욕 도심의 천문학적인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로 인해 영화 속 설정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뉴욕포스트는 “스파이더맨이 투잡을 뛰어도 뉴욕서 살기엔 빠듯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파이더맨이 일하는 퀸스의 피자 배달원은 시간당 약 17달러(주 40시간 일할 경우 연간 3만5400달러)를 벌고, 뉴욕의 프리랜서 사진 기자는 연평균 4만6300달러를 번다. 두 일을 모두 할 경우 연소득은 8만1700달러(약 1억1600만원) 이지만, 악당을 잡느라 근무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실제 수입은 이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생활임금 계산기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자녀 없이 혼자 사는 성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면 시간당 38.21달러, 연간 7만9469달러를 벌어야 한다. 뉴욕시 최저임금인 시간당 17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어른 한 명에 자녀가 한 명 추가되면 기본 생활을 위해 필요한 소득은 연간 12만6705달러로 뛴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원작 만화에서 피터가 메이 숙모와 함께 살았던 퀸스 포리스트힐스의 단독주택 가격은 현재 250만~400만달러(약 35억~56억원)수준.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더라도 계약금으로 최소 30만달러가 필요하다.
피터가 비교적 저렴한 퀸스 아스토리아 지역에 집을 얻는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월 1800달러짜리 원룸을 구하려 해도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창문이 없는 집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자동차를 보유할 경우 주차비로 매달 250달러쯤을 더 내야 한다.
집을 빌리는 과정 자체도 힘들 수 있다. 뉴욕의 임대주택 소유주들은 세입자에게 일정한 소득과 신용 기록을 요구한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피터의 영화 속 설정대로라면 집주인의 소득·신용 심사를 통과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 시민들이 느끼는 부담 또한 매우 크다. 뉴욕시의 생활비 실질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시민의 62%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가구 상당수가 소득의 30~50%를 임대료로 내고 있고, 자녀 한 명을 키우는데 연간 2만5000달러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
고물가는 뉴욕의 핵심 정치 현안이기도 하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임대료 동결과 시가 운영하는 보육 서비스 확대 등으로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에는 뉴욕의 5개 자치구에 시 소유 식료품점을 한 곳씩 열어 육류와 빵, 채소 등 주요 식품을 시중보다 약 30% 싸게 판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위적 할인 판매로는 고물가를 잡는데 한계가 있고, 기존 소매업체들의 경영난만 심화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마이크 룰리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오하이오)은 폭스뉴스에 “이 수퍼마켓은 문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계속 적자만 낼 것”이라며 “5년은커녕 1년도 못 버틸 수 있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