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의 광대들" "우리가 美 자회사냐"… 200년 우방의 치킨 게임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관세 전쟁을 넘어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200여 년 동안 강력한 우방국이었던 양국이 연일 서로를 거친 언사로 비판하며 돌이킬 수 없는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美, 50% 관세 대상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차와 소형·대형 트럭, 자동차 부품, 철강 관세가 50%로 인상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22일부터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가 내달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하겠다고 맞불을 놓자 트럼프는 자동차·부품·철강으로 관세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미국을 뜯어먹던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캐나다 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를 카니의 “졸개(flunky)”라고 부르면서 “누군가는 이 광대들이 말을 듣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캐나다가 치를 대가는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적성국인 중국과 나란히 놓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의 최대 경제 경쟁자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예상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는 그런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국이든 캐나다든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밴스는 “캐나다는 국방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아 미국의 보호 우산이 없었다면 외국에 침공당했을 나라”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각료들은 일제히 카니를 겨냥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취재진에게 “불행히도 카니 총리는 반미·반트럼프 플랫폼을 기반으로 권력을 잡았다”고 했다. 숀 더피 교통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트럼프와 전쟁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했다.
◇압박에 굴하지 않는 캐나다
캐나다는 미국의 융단 폭격에도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카니는 이날 퀘벡주의 한 행사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자회사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불공정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주요 산업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쁜 거래”라고 했다. 캐나다 정부는 25일 대미 보복 관세 등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과 비교해 영토는 조금 크지만 인구는 12%, 국내총생산(GDP)은 7.5%에 불과한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경제·안보 등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해왔다. 지난해 기준 캐나다 수출품의 73%가 미국으로 향했고, 수입품의 46%가 미국에서 올 만큼 미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파이브아이스(영미권 5국 안보협력체)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미국과 공동으로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운영하는 등 캐나다의 핵심 안보 정책도 미국에 사실상 예속돼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가 미국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캐나다도 ‘에너지’를 중심으로 미국에 맞설 카드가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미국은 수입 천연가스의 99%, 수입 전력의 85%, 수입 원유의 60%를 캐나다에서 들여온다. 절대량은 크지 않지만, 캐나다와 가까운 미 북부, 중서부 지역은 캐나다 의존도가 크다. 캐나다가 천연가스나 전력 공급을 끊으면 미시간·위스콘신·미네소타·뉴욕·워싱턴주 등에서 난방비와 전기료가 일시적으로 폭등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와 인접해 있고 두 지역을 연결하는 북미 자동차 산업 지대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자칫 자국에도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관세 폭탄의 ‘투척’에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국 관계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조짐을 보이자 캐나다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미국의 관세로 피해를 보는 자국 기업을 장기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할 경우 트럼프의 남은 임기 동안 지원책을 유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