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맘다니계'가 주류에 잇단 승리… 美 민주당은 노선 투쟁 중

예비선거서 진보·무슬림 후보 돌풍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가 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를 꺾기 위한 당내 단합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가 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를 꺾기 위한 당내 단합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일 치른 미국 미시간주 연방상원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압둘 엘사예드(42) 전 웨인카운티 보건국장이 48.5%를 득표해 47.5%를 얻은 헤일리 스티븐스(44) 미시간주 연방 하원 의원에 간발의 승리를 거두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집트계 이민 2세이자 무슬림인 엘사예드는 보편적 의료보험과 부유층 증세,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재검토 등을 공약하고 거물 진보 정치인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면서, 현역 4선 의원을 꺾었다. 엘사예드는 승리 확정 뒤 X에 “돈을 정치로부터 내쫓고, 그 돈이 우리 주머니에 들어오도록 하자”고 썼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민주사회주의자(DSA)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진보 세력 돌풍이 민주당 텃밭을 넘어 진보·보수세가 팽팽한 경합주까지 확산하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11월 중간선거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연방 하원 의원 435명, 상원 의원 35명, 주지사 36명을 선출하는 중간선거는 향후 미국 정치 지형을 결정할 중대 변곡점이다. 현재 미시간주 상원 의원은 두 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다수당 탈환을 바라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성이 절실하다.

1984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엘사예드는 미시간대에서 생물학과 정치학을 전공하며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시간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 2년 재학 중 글로벌 인재의 산실로 유명한 영국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옥스퍼드대(공중보건학)와 컬럼비아대(의학박사)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고향 미시간에서 지역 공중보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18년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것은 질병만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이라며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그해 민주당 미시간 주지사 경선에 뛰어들어 그레천 휘트머 현 주지사에게 22%포인트 차로 대패했지만, 8년 뒤 차세대 진보 주자로 주목받게 됐다.

엘사예드는 자신은 DSA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유색인종 정체성이 뚜렷하고,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 왔고,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 노선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DSA 정치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니 샌더스 무소속 연방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등 진보 거물들의 지원 사격 속에 중도·온건 성향 민주당 주류 후보를 쓰러뜨렸다는 것도 맘다니와 엘사예드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뉴욕이 전통적인 민주당·진보 진영의 텃밭인 반면, 미시간이 경합주라는 점에서 ‘엘사예드 돌풍’이 민주당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시간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쇠락으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2016년 대선에서 미시간을 잡았고, 2024년 대선에서도 러스트 벨트 표심을 잡아 미시간의 탈환에 성공했다. 이때 함께 치른 연방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7석)이 민주당(6석)에 간발의 우세를 지켰다.

샌더스 등 진보 거물들 지원받은 엘사예드  압둘 엘사예드(가운데) 전 웨인카운티 보건국장이 지난달 18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왼쪽)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샌더스 등 진보 거물들 지원받은 엘사예드 압둘 엘사예드(가운데) 전 웨인카운티 보건국장이 지난달 18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왼쪽)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 때문에 급진·반이스라엘 성향 무슬림 후보의 등장으로 민주당 내 보수·중도 및 유대계 표심이 흩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주류에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선에서 유대계 정치단체들이 스티븐스를 지원하기 위해 32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휘트머 주지사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스티븐스를 밀었다. 이에 맞서 엘사예드는 “정치는 기업과 거액 후원자에게 장악됐다” 등 선명한 반기득권 메시지로 진보 표심을 결집했고, 소셜미디어와 쇼츠 동영상을 활용해 젊은 층을 공략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승리를 올해 민주당 진보 진영의 가장 의미 있는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주류가 미시간을 진보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선(firewall)’으로 삼았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민·교육·군 등 각 분야에서 백인·유대계·기독교 진영을 역차별받는 피해자로 규정하며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기조를 타파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과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DSA 약진의 배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슬림 등 비주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대중영합주의적 생활 밀착형 공약을 앞세우고 기득권 타파를 외치면서 트럼프뿐 아니라 워싱턴 기성 정치에 거부감을 가진 표심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11월 중간선거는 유례없는 이념 전쟁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DSA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여왔던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엘사예드를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혐오하는 공산주의 패배자”라고 부르면서 “공화당에는 대단한 뉴스다. 민주당의 미친 정책들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썼다. 같은 날 경제 정책 홍보차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엘사예드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마음속에는 불타오를 정도로 강한 증오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엘사예드를 ‘미시간의 맘다니’라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공격 범위는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른 DSA성향 정치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후보 경선에서 급진 공약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38) 주의원을 겨냥해 “추수감사절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여성을 공산주의자들이 후보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추수감사절이 없어져야 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가 삭제한 일을 공격 소재로 삼은 것이다. 트럼프가 민주당 급진·비주류 정치인들을 묶어 11월 중간선거를 이념 대결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