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지 미시간서 민주당 내분… 현역 의원이 공화당 후보 지지 선언

강성 좌파에 경선 석패 스티븐스
이스라엘 정책 놓고 대립 끝 폭발
트럼프는 "이건 대단한 일" 반색

헤일리 스티븐스 민주당 하원의원(오른쪽)이 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공화당 상원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와 언론에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헤일리 스티븐스 민주당 하원의원(오른쪽)이 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공화당 상원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와 언론에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시간주에서 막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민주당의 압둘 엘사예드 전 웨인카운티 보건국장과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의원이 연방 상원 1석을 두고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일 미시간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로저스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상원 다수당 탈환까지 노리는 민주당의 승리 시나리오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당내 노선 투쟁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선 여성 의원인 스티븐스는 중도·온건 성향으로 지난 8월 당내 경선에서 이집트계 이민 3세로 강성 좌파 그룹인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의 엘사예드에게 석패했다. DSA 진영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등 급진 성향 정치인이 다수 포진돼 있다.

스티븐스는 X에 올린 동영상에서 “압둘은 나의 선거운동 참여를 원치 않으니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며 지지 철회를 알렸다. 이어 “나는 하산 파이커에도 동조하지 않으며,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서 상원 선거에서 로저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엘사예드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격퇴전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하산 파이커 역시 중동 전쟁 국면에서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며 미국의 군사 지원 철회를 주장해온 극좌 성향 평론가다. 유대 혈통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스티븐스가 두 사람의 반유대주의를 부각시키며 차라리 적진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헤이븐스는 동영상을 올린 뒤 로저스와 함께 교회를 찾았고, “우리는 증오와 함께 서 있을 수 없다”며 엘사예드를 거듭 저격했다. 스티븐스는 경선 패배를 수용하고 엘사예드를 지지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견해차를 두고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최근 한 좌파 단체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식료품 가격 상승을 연결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폭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사람이 디트로이트 교회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당내 화합을 과시하는 이벤트를 계획했지만 파국을 맞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건·중도 성향으로 경선 때 스티븐스를 지원했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조차 “비열한 배신”이라고 했다. 엘사예드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선거에 초비상이 걸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시간은 주요 선거 때마다 판세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경합 지역이다. 더구나 엘사예드와 로저스가 맞붙은 선거구 현역은 은퇴를 선언한 민주당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이다.

민주당이 이곳을 놓치면 안 그래도 불리한 현 상원 구도(47대 53)를 뒤집으려는 전략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민주당의 집안싸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대단한 일” “미시간 주민들에게 전례 없는 충성심을 보여줬다”며 반색하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황을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될 민주당 내 중도 그룹과 강성 좌파 간 갈등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