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사람이 죽을 때, 누군가는 그 죽음에 베팅했다
美·이란 공습 시기 등 놓고 도박
수백억원 판돈 오갈 만큼 성행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 비판 나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황(戰況)과 인명 피해 여부까지 금전적 베팅의 대상으로 삼는 온라인 투자가 지적을 받고 있다. 사실상 도박판처럼 운영되고 있어, 베팅 결과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작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종군 기자 에마뉘엘 파비안은 최근 미국의 시장 예측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 이용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당시 예루살렘 인근 베이트셰메시에서 “미사일이 인근 공터에 떨어졌고, 인명 피해는 없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는 몇 시간 뒤 “미사일 직접 타격이 아닌, 요격된 미사일 파편이 낙하한 것”이라며 기사 수정을 요구하는 연락을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시점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 베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10일에 공습이 벌어진다’는 데 걸린 판돈은 약 1400만달러(약 210억원)였다. ‘요격된 미사일’은 ‘미사일’로 인정되지 않기에, ‘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건 이용자들이 집요하게 기사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파비안은 구조 당국의 발표, 미사일 낙하 영상 등을 근거로 기사 수정을 거부했지만, 몇몇 사람들이 그의 신상과 가족 정보를 거론하며 “기사를 고치지 않으면 상상도 못 할 피해를 입을 것” “당신을 끝장 내기 위해 잃은 돈보다 많은 돈을 쓰겠다”는 등 살해 협박을 했다고 한다.

수억원의 돈이 걸린만큼, 베팅에서 이기기 위한 내부 정보 유출 문제도 발생한다. 작년 6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당시 기밀 정보를 활용해 약 15만달러(약 2억2000만원) 수익을 올린 이스라엘 예비군이 최근 기소됐다. 이란 공습 바로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는 “미국이 다음 날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예측에 150개가 넘는 계정이 최소 1000달러씩 베팅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자가 미리 정보를 알고 베팅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한다는 윤리적 비판도 나온다. 테러나 암살, 사망을 예측한다며 돈을 거는데, 사실상 그 방식이 도박과 비슷하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하메네이가 제거될 것이다’부터 ‘핵폭발 발생’ 등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지만 규제가 어렵다. 이에 미 연방 의회에선 부랴부랴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 상·하원에선 상품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대상 기관이 테러·암살·전쟁·죽음에 관련된 계약을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의회는 이러한 ‘죽음의 도박’이 명백히 금지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