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100일… "곧 종전"→"더 걸려" 도돌이표
트럼프, 종전 또다시 말 바꾸기
핵물질 등 평행선… 무력 충돌 계속
美 "이스라엘, 협상 도청 선 넘어"
방첩 위협 최고 수준으로 격상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전격 공습하며 시작된 전쟁이 7일로 발발 100일을 맞았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3500여 명이 사망했고, 미군도 13명이 전사했다.
이란의 이슬람 신정(神政) 정권을 이끌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첫날 공습으로 제거되면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처럼 쉽게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란이 세계 최대의 원유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전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이 미국과 협력하는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범이슬람권 연대는 무너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지원 요구를 유럽 국가들이 거부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도 금이 갔다.
◇물밑 협상 속 공방 이어가는 미국·이란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종전을 위한 물밑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이란 내 핵물질 처리 방향 등 핵심 사안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그사이 산발적 군사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하루에만 미국과 이란은 세 차례 충돌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에 드론 4기를 발사하자 미국은 이를 격추하고 공격 원점인 해안 기지를 타격했다. 그러자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 7기를 발사했고, 호르무즈 해협에 드론 2기를 또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미사일·드론은 모두 요격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 확전은 자제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와 전쟁 이전부터 경제난에 시달리던 이란 모두 출구가 필요하다. 양국은 지난달 말 먼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고 통행을 정상화한 뒤 핵 협상에 돌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2단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거의 근접했다. 그러나 “이란은 결코 핵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트럼프와 해상 봉쇄와 동결 자금 해제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이란 측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임기 때였던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했던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모두 복원시켰다. 당시 핵 합의 내용은 이란이 가진 원심분리기를 4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하고 농축 우라늄 비축량도 98% 줄이는 것 등이 골자였다. 트럼프는 이란 핵물질 처리 문제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더라도 오바마 시절의 핵 합의 내용과 차별화되는 성과물을 원한다.
◇이스라엘·헤즈볼라 무력 충돌도 변수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 간 충돌 격화도 변수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있는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3월부터 이란을 도와 대(對)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했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해 본거지 레바논 남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대치가 사실상 미국·이란 전쟁의 제2 전선처럼 돼버린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지난 3일 미국 중재로 양국이 협력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고 해당 지역을 레바논군이 통제한다는 내용의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헤즈볼라와 헤즈볼라를 비호하는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이 먼저 점령지에서 철군해야 한다”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편인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란과의 협상에 관여한 미국 관계자 다수가 이스라엘 도청에 노출됐다는 우려 속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방첩 위협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정보기관의 도청이 우방국 사이 관행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의 입장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주말에 종전 합의가 성사될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그들(이란)이 문서에 서명하는 데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NBC 방송에선 “이제 석달 째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알다시피 베트남 전쟁은 19년이나 계속됐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