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내고 호위받으며 통과"... '호르무즈 톨게이트' 진짜였다

일부 선박, 이란 영해 따라 특정 항로로 이동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 ‘뤄자산’호가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 ‘뤄자산’호가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이란이 일부 국가 선박들에게 위안화로 통행료를 받고 통과를 허용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의 초안을 다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일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27일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극소수의 선박은 현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직접 통제하며 호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항로만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후 총 26척의 선박이 이같이 이란이 사전 승인한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선박들은 해협 중앙의 2개 항로를 이용하는데, 최근 지난 선박들은 이란 해안선에 가까운 라라크섬 북쪽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통했다는 것이다. 15일 이후 기존의 일반적인 항로를 이용한 기록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들은 IRGC와 연계된 브로커와 미리 접촉해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 소유 구조, 화물 명세서, 목적지, 승무원 명단 등 전방위적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후 IRGC 심사를 통과하면 승인 코드와 항로 지침이 발급되고, 승인된 선박은 IRGC의 호위를 받으며 이란 영해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고 한다.

보고서는 최소 2척의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했으며, 결제는 중국 위안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달러화 거래가 막힌 이란이 제재망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 선박은 통행료를 내는 대신 외교적 개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조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비적대적 선박은 이란 당국과 조율해 통항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142척 가운데 67%는 이란과 직접 연관된 선박으로 분석됐다. 최근 며칠간 이 비율은 90%까지 치솟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비(非)이란 선박은 그리스(15%)와 중국(10%) 등 소속으로 파악됐다.

억류 위기에 처한 선사들은 이란 측의 통항 허가를 받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IRGC와의 거래가 심각한 법적 후폭풍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클레어 매클레스키 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규제총괄은 “IRGC는 미 국무부가 지정한 ‘외국 테러조직’(FTO)”이라며 “이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민사상 책임을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이런 리스크로 대부분의 다국적 해운사가 간접적으로라도 IRGC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란 당국의 승인 없이 항로를 통과할 경우 공격 위험이 크고, 승인 절차에 따를 경우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어 ‘진퇴양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이를 국가 수익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와 비슷한 방식으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5일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가는 선박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의 초안을 다듬고 있다.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돼 시행될 경우 이란이 받으려는 선박 1회 통행료는 약 200만 달러(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통행료 징수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이란은 약 64억 달러(9조6000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조선국제